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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l 26. 2020

[회사] 달콤했던 비정규직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비정규직이 달콤할 수가 있을까? 그랬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아니 어떻게?


1. 비정규직이 어디야! 내가 이렇게 번듯한 회사를 다녀보다니!



스물여덟 살에 비정규직으로 현재의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들었던 나의 첫 번째 마음이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나의 불투명했던 미래가 최소 2년의 계약이 보장되는 그 기간만큼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졌고,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들도 생겼고, 그리고 돈까지 받았다.


비록 백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지만, 얼마를 받느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전에 근무했던 백화점에서도 급여가 높지 않았고, 공무원 수험기간 동안은 돈은커녕 계속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했기에 금전적으로 마이너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과 기대가 바닥에 떨어질 만큼 떨어졌을 때 나를 불러주고, 기회를 준 곳이 회사였기에, 나는 그저 감사했고,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 뭐 어때! 안에서야 모를 수가 없겠지만, 밖에서는 말만 안 하면 누가 알겠어?


비정규직이었던 내가 들었던 두 번째 마음이었다.


계약직이었지만, 얼굴에 어디 계약직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명함에도 표시가 안 되어있고, 그럼 괜찮다 싶었다.


‘어디를 다닌다고만 하면 됐지 뭐 직급까지 이야기할 필요 있어? 유치하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마음이 한결 편했었다.


3. 나는 준비운동이 많이 필요한 사람인 거야!


비정규직이었던 내가 나를 대하는 세 번째 마음이었다.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달려도 되지만, 나는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누가 결승점에 먼저 다다르게 될지도, 완주를 하게 될지도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정해진 것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나와 동갑내기인 친구들도 있었고, 나보다 5년 대학 후배도 있었다.


그들은 정규직이었고, 그들 나이에 맞는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난 그들을 볼 때마다 부러웠고, 가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이 순간 워밍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나에게 현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다기보다 내가 현재를 안 좋게 생각한다면, 왠지 큰 미래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나를 작게 만들 것만 같았다.


4.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커피도 잘 탈 줄 알아야 해!


나의 네 번째 마음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설거지, 복사, 팩스, 각종 심부름도 잘해야 했다.


나는 언젠가는 회사에서 모두에게 모든 면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회사에서의 일을 다 경험해보고,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커피 심부름도 설거지도 즐거웠다. 그건 잠시 지나가는 과정이었으니까.


5. 회사의 주인공은 사장님도 아니고, 정규직도 아니고, 회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비정규직 시절 가졌던 내가 가졌던 나의 마지막 다섯 번째 마음이었다.


비정규직이었던 그때 당시 나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정규직들을 보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왜일까? 난 정규직만 돼도 좋을 것 같은데, 나도 나중에 정규직이 되면 즐겁지 않으려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다.


"제발 꼭 붙게 해 주세요. 입사를 하게 된다면 제 미래를 회사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


그들이 회사를 그렇게 쉽게 들어온 것도 아니었을 텐데, 한 때는 들어오려고 무지 발버둥 쳤을 텐데, 그 마음을 잊었던 것일까? 


난 비록 비정규직 어도 돈이 적어도 잡일을 해도 만족스럽고 즐겁기만 했다.


나는 회사에서의 일도 동료들과의 어울림도 모두 다 좋았다. 회사는 또 다른 나의 이름이 되어 주었고, 자부심이었다.


비정규직이어도 이처럼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했기에 난 스스로를 회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다녔다.


이런 나의 마음가짐, 태도 때문이었을까? 


비정규직 기간 동안 난 주변 회사 동료 분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회사 공채 시험에 합격할 수가 있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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