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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l 19. 2020

[회사] 회사 너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2007. 3. 27. 봄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마치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처럼 회사는 나에게 첫 만남부터 소중했고, 특별했다.


비록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들어가게 된 회사였지만, 나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백화점 세일즈, 공무원 수험생활을 거쳐 돌고 돌다가 나도 드디어 이렇게 사무실에서 근무를 한 번 해보는구나 싶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를 가야 하나? 누구를 만나야 하나?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그리고 예전에 백화점에서 근무했을 때처럼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프지 않아도 되었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무직이었다. 


비정규직이라 불안정하였지만, 공무원 수험생활 때만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막막함도 아니었다.


나는 적어도 2년 동안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나도 이제 드라마에서 보던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들 속에서 일하며, 복사기 앞에서 주춤거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심부름도 해보고,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사원증을 목에 매달고 삼삼오오 모여서 밥도 먹으러 가고, 저녁이면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회식도 하고 그러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나를 선택해준 회사가 고마웠고, 새로운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었다.


그래서 내가 워킹맘으로 고군분투의 시기를 보내며, 정신없는 삶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한 번쯤 이제 그만 회사랑 이별할까?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회사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그 날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저려오면서 아직은 아니다 라고 말을 한다.


햇살은 따사로웠지만, 겨울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코끝에 찬바람이 살짝 묻어나던 그날


그날의 회사와 내가 가끔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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