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 박 Dec 27. 2020

merry christmas

메리 크리스마스


어릴 적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학교에서


카드 만들기 세트를 사서 카드를 만들거나


손수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카드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미술시간에 주로 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카드를 만들었다.


올해 주변 모든 사람에게 카드를 만들어서 주고 싶었지만,


시간도 체력도 여의치가 않아서


그림 하나만 그려서 메시지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이나 근사한 트리를 그리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계속했는데


문득 우리 집 한편에 놓여있는 작은 트리를 보고는


그려야겠다 생각했다.


이제는 불도 다 나오지 않고, 트리 장식도 대부분 망가졌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오랜 시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추억이 되어준 소중한 트리이다.


변화를 잘하고, 옛것에 매이지 않고, 세련되고


그런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는 왜 이렇게 고지식할까? 변화하지 못할까?


이런 연유에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듯한 나 자신이


답답할 때가 많은데,


나의 트리를 보면서, 그 외에 내가 간직한 물건, 사람들을 보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옥아, 너는 소나무 같아. 변하지 않는. 너를 보면 한결같아."


나의 중학교 친구이자 대학교 친구인 현정이가 한 달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다.


"응. 나는 변하는 것이 싫어. 늘 같은 사람이고 싶어. 너에게도 나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좌절하고 실망하고, 나를 앞서가고, 내가 뒤쳐지고,


그 이유를 나는 분명 알고 있었다.


이유를 알기에 더 속상했다.


나는 변화를 싫어하고, 남을 아프게 하거나, 나 대신 상대가 희생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나 외에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잘 되었을 때


자존심도 상하고, 소위 열이 받았지만,


결국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네가 원하던 대로 되었잖아?'


'맞아. 나는 나보다 네가 잘되기를 바랐어.'


나는 결코 착한 사람은 아닌데, 그냥 성향과 본질이 이럴 뿐인 것이다.


타고나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좋다. 나는 아직도 산타를 믿고 있다. 바보는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샤또 몽투스 20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