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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l 13. 2021

모를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

외로웠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뒷걸음치고 싶은 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무안했을 것이며


숨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적당히 무시하고 외면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모르는 일이었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했는지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느 날 갑자기


고인이 되어서야


오빠는 대구에 살고 있었고,


올해가 환갑이었고,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초코파이었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달 전 혼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도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알게 된 사실보다 모르는 사실이 더 많다.



사라져 버린 것이었을까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었을까


어떤 상황, 무엇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에 등을 돌려버린 것이었을까


분명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누군가를 가슴 뜨겁게 사랑하던


아름다운 시절도 있었을 텐데


언제 어떻게 얼어붙어 버린 것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의 의문은 의미가 없다.


답해 줄 수 있는 이가 여기에 없다.


어쩌면 있었다 해도 본인도 모를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하는 것만을 기억하기로 한다.


나의 사촌오빠는 흰 피부에 안경을 썼고,


부끄럼이 많아서 먼저 말을 잘 걸지 않았다.


크게 소리 내어 웃기보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외모와 성격만큼이나 여리고, 고운 사람이었다.


공부를 잘했고, 은행을 다닌 적도 있었다.


비록 헤어졌지만, 결혼을 하고 딸도 있었다.


돌 무렵 본 아이가 스물일곱 살이라고 한다.


오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빠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믿기지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보내주어야 한다.


고단했을 인생을, 삶을, 사람을


오빠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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