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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령 Sep 18. 2023

명리공간 8

토土의 공간

멈춤, 비움의 공간-토土의 공간


Keywords 사이, 머무름, 중앙, 마당, 중정, 복도, 이쪽과 저쪽의 연결장치, 생각, 비/위, 노란색(황색),

platform, 중재력, 변환장치, 연결, 접촉


토土는 목화로 펼쳐졌던 것이 점차 속도를 늦추는 구간이다. 이 공간이 있어야 다음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A와 B 사이에서 공간을 만들어 준다. 가운데이기도 하고 완충지대 같은 곳이기도 하다.

토는 중간에서 변화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인데 토가 없으면 브레이크 거는 것이 잘 안 될 수 있다.

토가 지나치게 많으면 잘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사이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져 있다. 토에게 방향을 부여하는 것은 금이나 목이다. 계절마다 사이사이에 간절기가 있다. 이게 토土라고 보면 된다.


토土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바탕이 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도 땅을 밟아야 실제감이 생긴다. 인간은 땅을 밟고 지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땅의 기운이 매우 중요하다. 사주 내에 토의 기운이 너무 많은 사람은 좀 빼주는 게 좋고 적거나 없는 사람은 토의 기운을 더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젤 간단한 방법은 아파트 고층에서 사는 것보다 마당이 있는 저층 주택이 낫다는 것이다.

토는 사유에 해당하며 논리적인 생각보다는 사색하는 것이고 관조하는 것이다.

토는 땅, 흙, 대지와 관련된 원소로서 안정성, 실체성, 성장력을 상징한다.

                                                                                 
 명리공간에서 토土의 공간은 다른 오행들과 조화롭게 조합되어 건축물의 운을 결정하고 주변 환경과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깜뽀 바에자, 주택 외부공간


명리공간은 관계성의 공간이다. 방이나 공간 등 사이의 관계, 내부와 외부와의 관계, 주체와 객체와의 관계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명리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간화된 관계성, 공간끼리의 관계성, 지각적 심리적인 현상인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 유교사상은 공간도 위계적으로 배치했음을 주로 주택의 배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연과 하나 되는 개념인 도가, 선종은 비 위계적 공간배치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일본의 공간 배치가 전형적인 도가, 선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에서 마당을 전형적으로 토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정, 마당, 뒷마당 등등 우리나라의 주택 배치를 살펴보면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절묘하게 관계를 맺게끔 배치한다.

내부공간에서는 대청마루, 쪽마루, 누마루 등 마루들이 있는데 이런 공간들이 토의 공간인 것이다. 방과 방을 이어주고 중간 공간인 마루에서 서로 공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토의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외부공간의 마당은 평소에 비워 두기도 하고 김장을 하거나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모여 잔치도 하는 멀티 공간이다.

이런 공간은 토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오행 중 목, 화, 금, 수가 만나고 변할 때 중간 역할을 하며 버퍼(buffer)의 완충 작용을 돕는다.

                
 일본가옥의 내·외관은 안과 밖을 두 개의 다른 환경으로 생각하지 않고 연결된 부분으로 본 전통적 건축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각은 안에서 밖으로 가고 있는 중간적 공간인 베란다(엔가와-緣側)에서 나타난다. 집의 가장자리에 붙어있어서 비가 오면 젖는 ‘누레엔’(濡れ緣)은 ‘엔가와’의 한 형태이다.

                
 현대건축가인 SANAA의 카즈요 세지마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매우 현대적인데 일본적이다. 엔가와의 공간개념을 많이 차용한 흔적을 볼 수 있다.

sanaa, kanazawa 21세기 현대미술관

이러한 공간도 토의 공간이며 현대 건축에서 모던한 요소로 사용하면 훌륭한 공간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대 건축에서 마지막 남은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알바로 시자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조각적 미학을 통한 감수성의 표현과 건축과 대지와의 밀접한 관계성이다.

이것은 그의 작업 방식이 프로그램 상의 전략이나 기교보다는 인상적인 지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피터 테스타Peter Testa는 시자의 건축이 ‘정신적인 행위(cosa metale)인을 확인시켜 주는 건축가이며 그의 건축이 토폴로지적이고 감각적이며, 근대 건축의 유기적 공간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복합성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감각(sensation), 기억(memory), 상상력(imagination)이 이러한 정신적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레카 수영장은 나에게 랜드스케이프(landscape)와 토포그래피(topography)를 이해하는데 좋은 훈련이 되었고, 이것은 보아노바 식당보다도 젊은 건축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중요 작품이다.

진입 부분,  움직임을   통한 공간체험

또한 땅이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경우의 좋은 훈련이었다. 보아노바 식당을 끝냈을 때, 나는 내가 지나치게 랜드 스케이프에 의존했음을 깨달았다. 레카 수영장은 더욱 수평적이다. 건축과 랜드 스케이프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졌다. 설계의 기본은 콘크리트 벽과 바위가 만나는 부분이다.”

위의 글은 시자의 GA document 인터뷰 중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을 읽어보면 그가 건축과 대지의 관계성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건축적 어휘는 기하학적 조작을 통해 형태를 만들고 있고 자연의 모습에 순응하여 그 모습을 그대로 본뜨기보다는 오히려 완벽한 인공물로서 대립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한 그의 스케치를 보면 땅과 건축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가 있다.

팔마이라 바닷가의 레카 수영장에서 방문자는 해변에 진입하는 동안 계속 본 바다와 탈의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잠깐 보는 바다, 긴 통로를 지난 후에 보는 바다를 불연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세 개의 노드는 해안선에 나란한 방향으로의 이동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각적 은폐가 있다. 처음과 마지막 노드 사이에 딱 한 순간, 건축이라는 프레임에 들어온 바다를 시각적으로 경험하며 이 시점은 진행 축이 바뀐다는 점이다. 노드 사이의 이동은 시각적 불연속과 함께 시간적 불연속이 존재하며, 이 불연속 사이에 한 번의 충격적이고 제한적인 장면을 통해 인식한 바다와 계속해서 청각을 통해 지각하는 바다에 의해 내면에 존재하는 온갖 기억들이 연상되고 재구성되어 바다라는 대상에 대한 감정이 고양된다.                    


중세 이후 서양 건축은 투시도에 의존한 균질하고 시각적인 공간을 만들어 왔다. 반면에 ‘공간적 유동성’, ‘움직임을 통한 공간의 감상과 향유’는 인간의 이동을 따라 다르게 공간을 체험하고 다양한 공간을 느끼게 된다. 시자의 팔마이라 바닷가 수영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고정된 시점의 공간보다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체험할 때 시각의 변화, 청각을 통한 기억의 연상을 통해 온몸으로 공간을 지각하는 촉각적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자는 바다가 가지는 빛, 소리(파도)와 같은 감각적 체험을 최대한 건축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하였다. 또한 재료적인 측면으로 볼 때 특히 바닥 면을 그 기능에 따라 모래, 돌바닥, 시멘트 바닥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시키며, 다른 면에서는 거친 모래를 섞고 거푸집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는 노출 콘크리트, 검은색 동판 지붕, 검은색 목재 등을 사용하여 해변의 바위, 모래와 물성, 색감 등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토의 공간을 단순히 주거공간에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이용해 땅, 대지와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방식도 경험자의 체험에 밀접하게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로써 오행의 모든 공간이 건축과 공간의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으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나, 개인에게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해서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고 개운이 가능한지가 궁금한 것이다.


다음 파트에서는 실질적인 적용요소가 어떻게 보일 수 있으며 설계에,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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