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디자인 바닥에서 살아남기 #1
밀라노는 작은 도시다.
서울의 1/4 정도의 크기에 서울 인구의 1/9 정도인 13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그리고 한국 관광객에게 그리 매력이 없는 도시인지 이탈리아 여행이면 몰라도 유럽여행이 컨셉인 이들은 딱히 들러가는 도시도 아니다. 대학교 1학년 첫 방학에 한 달이나 다녀온 내 첫 유럽 배낭여행도 그러했다.
그저 좀 더 물건 잘 만들어 보고자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공대생이던 내가 밀라노와 이리도 질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입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난 재수를 마치는 시점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많지 않은 입시 선택지에 난 P공대에는 물리학과, S대 대에는 기계항공공학과를 썼다. 이 중에서 S대의 선택지는 참 고민을 많이 했다. 건축과를 쓰느냐 였다. 그리고 난 기계항공공학과에 입학했다. "건축과와 기계항공학과를 고민했다"라는 과거의 사실의 나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선택의 결정적인 이유은은 공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때는 그 단어를 몰랐지만 이런 고민은 내가 디자인과 공학을 모두 사랑한데서 시작되었다. 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내가 입학하고는 곧 학교에 융합교육의 바람이 불었다. 공대에서도 파격적인 시도가 있었다. 기계공학과 디자인과 경영학을 함께 배운 사람을 길러내는 연계전공이 생겨났다. 스탠퍼드의 D.school을 모델로 한 과정이었고, 난 그 코스의 첫 실험체가 되었다. 코스 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꼭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 진지하게 전공수업을 들으며 고민했던 시간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불만과 피드백을 함께 나누고 젊은 교수님들에게 건의하기도 하던 동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그 모임의 이름을 지었다. "프로젝트 움직임"이었다.
20~30명이 정원이었을 텐데 약 5명 정도였던 첫 학생들에게는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 그리고 난 나름 열심히 이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와 피드백에 대한 상으로 학교에서 공을 많이 들였던 밀라노 삼성 디자인 센터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3학년 겨울 방학, 난 지금도 많은 얘기를 나누는 디자인과의 선배와 함께 밀라노로 향했다.
그곳에서부터 내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의 인턴, 한 달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난 기계과 동기들과 함께 이 경험을 함께 나누고 더 많은 고민을 해나갈 모임을 만들었다. UMZIKIM으로 쓰고 움직임이라 읽는 모임이었다. 공간은 나의 자취방과 학과 컴퓨터실, 기숙사 카페였다.
그 친구들에 대한 소개는 이미 써두었던 글로 갈음한다.
https://brunch.co.kr/@umzikim/15
앞으로 여기서부터 시간순으로 담백하게 제 경험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밀라노라는 곳에서, 뉴욕과 밀라노, 파리에서 그래도 알아봐 주는 이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누가에게 어떤 점이 도움이 된다라는 것을 제가 판단하여 전달하는 것보다는 저의 솔직한 이야기가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저의 경험이 많은 후배와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용기 내어 시작해 봅니다.
이제는 더 넓은 무대를 향해 함께 도전해 나갈 공학자 그리고 디자이너 동료와 후배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