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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Jul 18. 2021

정말로 별게 아니었다

한 해 한 해 나이 먹어갈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생 참 별거 없다. 돈도 명예도 싸짊어갈 거 아닌데.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하루 얼굴 보면서 그렇게 살다 가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겠다.
(<여인의 향기> 15회 中)


상반기엔 <여인의 향기>의 이 대사를 자주 생각했다. 꼭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어도, 곁에 있는 누군가의 어떤 말이나 행동 때문에 웃게 되는 순간이면 내가 매여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잠시 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금세 잊힐 게 뻔한 그 찰나의 순간이 하루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다. 사는 건 정말로 별게 아니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전혀 낯선 일도 아닌데, 그럴 때마다 이 대사를 떠올렸던 걸 보면 나는 인생이 아주 별거라는 착각을, 그래야만 한다는 욕심을 여태 못 버리고 있었구나 싶다. 올해도 역시나 숱하게 무언가를 허비하고 실패하며 반 년을 보냈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또는 그럼 뭐 어떠냐고 굳게 말해줄 친구들이 내게 있다는 것을 동시에 안다. 그러니 생각은 짧게 하고 될 때까지 해보고 움직이는 수밖에. 나중에 인생 참 별거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그런 착각을 하고 욕심을 부려도 괜찮을 것 같다.


2021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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