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통이 단단해. 팔꿈치도 단단해. 무르팍도 단단해. 그럼 됐지.
근데... 마음은 안 단단해. 그럼 별로야?”
(<멜로가 체질> 2회 中)
대단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한 일로 또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다 이런 대사를 떠올린다. 괴로운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에는 다른 최악의 상황이나 비교 대상을 끌어들이곤 한다. 이보다 더한 일도 앞으로 수없이 겪을 텐데 이 정도쯤이야. 그렇다고 내가 누구처럼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이런 생각의 흐름에 문득 소름이 끼쳐 이런 건 빨리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마음이 약해서 그래 약해서. 그저 살짝 스쳐지나가면 되는 순간도 한 번에 통과를 못 하고 매번 요란하게 걸려 넘어지고 말이야. 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 다시 일어나서 툭툭 털고 가던 길 마저 가야지. 마음은 안 단단해도 근력은 있어. 다음에도 여지없이 별것 아닌 일로 울상이 되겠지만 먹구름이 드리워도 해야 하는 일은 해낼 수 있어.
2021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