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글쓰기 2

머나먼 우주 속으로!

by 유나사

가벼운 글쓰기라는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무거운 글쓰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가벼운 글쓰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글은 하자투성이입니다.
그저 반복 숙달의 달인이 되어, 겨우 읽어줄 글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깔끔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에 조금 더 열심히 반복 숙달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옛날이야기나 하면서 반복 숙달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지난 글에 첫사랑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다뤘으니, 이번엔 청년기 이야기입니다.

​청년기의 삶은 생각보다 치열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잊고 살아야 할 정도였고, 글이라고는 업무용 문서 작성할 때 조금, 가뭄에 콩 나듯 1년에 한두 번의 일기가 고작이었습니다.

편지 쓰는 것도 참 좋아했는데, 무뚝뚝한 여자의 표상이자, 떡두꺼비 같은 두 아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아내를 만나 잘 쓰지 못했다고 하면 혼나니까. 저 스스로 시간이 없어 못 썼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예기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거창한 기회는 아니었고, 바로 '시간'이라는 녀석이 제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공석으로 한적한 관리직 자리를 맡게 되었고, 저는 소위 '시간 빌게이츠'가 되었습니다.

​출근해서 30분, 퇴근 전 30분 간단한 업무 협조와 일정 확인을 제외하면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여유로움이 저에게 펜을 잡게, 아니 자판을 두드리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인공이 우주 저편에서 태양을 가르고, 행성을 날아다니는 공상과학 판타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목표는 '반지의 제왕'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도 호빗과 엘프, 드워프 같은 저만의 창조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상과 소통을 원했고, 제 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미숙한 글쟁이의 솜씨 탓에 지금도 저 우주 어딘지 모를 행성에 갇혀, 제대로 된 이름도 한번 가져보지 못한 채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그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옵니다.

​베짱이처럼 안온한 삶에 젖어 있던 제게 잊고 있던 세상의 냉혹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승진 누락'


​저는 눈물을 머금고 그 천국 같던 자리에서 내려와 한량 같던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글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가슴속에 뜨겁게 품은 채였습니다.

​이제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글을 씁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기분 좋은 환상에 사로잡힌 채 말이죠.

​이야기가 이솝우화처럼 흘러가 버렸지만, 아직도 글의 주제는 가벼운 글쓰기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그래서 제 소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고백해 보겠습니다.

​제 글에는 아주 장황하고 긴 사족이 설명으로 달립니다. 무엇을 설명하고 싶은지까지 설명해야 하는 기나긴 설명문을 첨가하기도 하고, 주제를 뛰어넘어 '이게 참고서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을 묘사하자면 핵융합 반응의 공식과 결과는 물론 앞으로 있을 초신성 폭발로 생성될 철과 금의 양까지 설명해야 하는 설명쟁이입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설명조차 깁니다.
​해롭지 않은 해로움이라 생각합니다.
몸에 좋은 비타민을 두 알쯤 더 먹는 것과 같겠지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마음속에 감정이 풍부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그래서 그 감정을 다 내뱉어야 속이 후련하다는 자기 위로성 발언도 서슴없이 해 봅니다.

​그럼에도 저는 간결한 글쓰기를 추구할 것입니다.
단 몇 마디에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고 싶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머릿속에 풍경을 그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꽃'이라는 단어에 연인과 마주하는 꽃다발의 설렘이,
'하늘'이라는 단어에 구름과 바람의 푸르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리라 자기 최면을 걸어보며, 비록 사족이 길 지언정, 오늘도 반복 숙달을 멈추지 않고 계속 써보려 합니다.

​당신에게 '가벼운 글쓰기'란 무엇인지, 살포시 질문을 던져 봅니다. 간단한 단어 한마디라도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자판을 눌러 주십시오. 당신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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