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급한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by 유나사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급하다는 사실을 안다.
문제는, 안다고 해서 멈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격이 매우 급한 편이었더랍니다.
과거형으로 쓰는 건 지금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제 의지일 뿐입니다.
사실 지금도 그 급한 성격은 제 자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급한 성격 탓에 손해를 본 일도 종종 있었더랍니다.
어릴 적, 호감을 느끼고 서로 다가가던 이성에게 빠른 결론을 재촉하다 친구로도 남지 못했던 일.
계약한 물건이 늦어지자 참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다시 계약했다가, 결국 더 늦게 물건을 받았던 일 등.
제 급한 성격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큰 악질이었더랍니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기운이 빠져가며,
그나마 느려진 손동작 덕분에

이 악질적인 성격이
아주 조금은 순화되는 느낌을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그 성격이 다시 툭 튀어나와
며칠 밤을 잠 못 이루게 하더군요.

조회수가 왜 안 오르지?

뭐야! 핫 플레이스인 줄 알았는데,

내 얼굴만 핫해지잖아.”

그랬습니다.
저는 결과와 결론이 빨라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의지의 과거형’입니다.)

어디에, 무엇 때문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덕분에 오랜만에

무언가에 몰입하고,
졸라보고, 기대하고,

다시 체념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덕분에 유튜브 보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덕분에 타인의 글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제 급한 성격을 지그시 눌러봅니다.
꺼지지 않은 제 열정에 마른 장작 한 더미를 던져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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