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요리고요 특기는 냉장고 파먹기입니다.
장을 본다.
내가 먹을 음식을 내가 고르는 시간은 귀하고 투명하다. 문제는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이 짧고 길다의 문제가 아니라 1인 가구에게 유통기한은 좀 더 엄격하다. 그래서 우리 집 냉동실은 1년 365일 열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
남은 음식은 물론이고 야채는 소분해 용도 별로 썰어서 냉동실 직행. 어쩌면 이 식재료를 냉동-해동해서 먹어도 괜찮을까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1인 가구의 삶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남은 재료를 서로 섞고 조합하고 지지고 볶고 하다 보면 결국 그럴싸한 술안주가 되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음식 낭비를 안 하니 환경엔 선순환일 테고 음주력이 상승하는 내 몸엔 악순환일까.
식재료를 구매해 바로바로 해 먹는 게 가장 신선하고 정석이겠지만 1인 가구에겐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사놓은 양식을 동거인이 홀랑 다 먹어버리면 그냥 조금 삐치고 있으면 그만일 텐데, 유통기한을 생각하며 하는 요리는 그 매력을 떨어뜨린다. 그래도 어쩌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이 수많은 나날을. 오늘도 냉장고 파먹기는 계속된다.
오늘의 조식 메뉴
음료: 냉동실에서 수확한 알이 굵은 딸기와 유통기한 하루 지난 우유를 갈아 만든 홈메이드 딸기쉐이크
식사: 냉동실에서 갓 꺼낸 한 조각씩 남은 두 종류 곡물빵과 뭐였는 지도 까먹은 꽈배기 도나쓰를 프라이팬에 따끈 따끈 구워, 이제 카운트다운 들어 간 딸기잼과 아직 싱싱함에 안도한 리코타 치즈를 듬뿍 바른 환상의 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