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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리 Feb 29. 2020

Someone to spend time with

오늘 산책하며 들은 노래 제목은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9시에 문을 여는 빵집에 가 갓 나온 식빵을 사야지, 


아니 빵집이 더 일찍 열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10시 21분이다. 지난주 친척동생 초대하려고 냉장고 냉동실 다 채워놨는데 상황 탓에 우리의 파티도 무한 연기다. 덕분에 어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남은 빵 아이스크림 과자를 퍼먹으면서 오랜만에 은둔돼지생활을 즐겼다. 어제는 비가 내렸고 집에 나는 혼자였으니 남은 와인에 과자 까먹기에 최상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너무너무 간절한 한 가지... 커피. 오늘 산책의 목적은 원두 구매다. 


산책을 하려는 나는 이 집을 비울 테고 햇살도 좋으니 오전에 밀린 패브릭 빨래를 한다. 그렇게 겨울을 추워하면서도 이불솜보다 예쁜 패브릭에 눈이 돌아가는 나를 나도 모르겠다. 방을 닦고 보일러는 살짝 켜 두고 릴레이로 세탁기에서 나온 몇 장의 커버를 바닥에 말린다.


집 밖을 나서는데 역시나 마스크 쓰기 아까운 완벽한 온도와 햇살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동네 산책을 한다. 오늘 원두를 사서 커피를 내려 마시려면 같이 곁들일 짝꿍이 필요하니 가봐야지 마음먹었던 (무려 1년) 디저트 가게도 간다.  메뉴를 고르는 신중함 숨 막히는 초집중력.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인절미 마카롱과 초콜릿에 이미 마음을 주고 시작한 메뉴 선택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골라보고 싶다. 이 집은 처음 왔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저 두 가지로 이 가게 제빵사의 솜씨를 알긴 어려울 테니 2순위에 있는 말차와 얼그레이 마카롱을 사자. 결국 그렇게 좋아하는 매장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제 원두를 사러 가는 길. 신호등 하나 건너면 오늘 가려고 했던 커피전문점이다. 그런데 한 시간을 걷고도 마지막 찾아오는 귀차니즘으로 결국 엎어지면 코 닿을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호랑이 표지, 다크 원두, 수마트라. 뭔가 강렬하게 날 끌어당긴다. 원두를 갈아달라 부탁하고 돌아서니 아 뭔가 지금 한 잔 마시고 싶기도 하고 살짝 고민을 한다. 그때 알람이 울렸다. '원두 구매- 커피 아메리카노 무료쿠폰'.


만약 한 달 뒤에도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난 다시 스타벅스에서 원두를 사게 될 거다. 거대 자본 마케팅에 알면서도 매일 그렇게 넘어가는 나는 마케팅을 4년 공부했다. 으휴.


(아 그런데 오늘 산책의 목적은 '그' 집에서 파는 원두 구매아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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