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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리 Feb 28. 2020

쏘리 컴플레인

컴플레인을 쓰고 나는 마신다.

평화주의자인 나는 어지간해서 컴플레인은 안 한다. 


내 인생 컴플레인은 모두 해외여행 중 겪은 부당행위, 인종차별 등 총 3회였다.  이번 주 배송된 화장품 뚜껑이 조금 깨져 액체가 샛을 때도 그래, 지금 물량이 넘치는 때니까 그냥 넘어가자 하고 그건 잘 넘겼는데 그렇게 넘겼는데 오늘 은행에서 터졌다. 하루 종일 분하고 찝찝해 참다가 이 기분을 내일로 넘기기 싫어 혼자 마음 정리하려(?) 하나 썼고 그렇게 홀랑 엔터를 눌러 버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처리가 빨랐고 막상 연락이 오니 저녁 내내 마음이 무겁다. 


지난 연애에서 비롯된 좋으면서도 나쁜 습관은 쓰면서 하는 마음 정리다. 화가 나면 사람 속을 은근슬쩍 긁듯이 글을 써 보낸다. 그리고 나는 후련해진다. 이런 글은 대부분 상대 속을 긁어 상대도 꼬리를 올린다. 우리는 어리고 멍청했으니까. 그래서 싸움은 더 격렬해지고 그렇게 싸우면서 또 싸우다가 풀리는 게 이십 대 연애였다. 문제는 여기서 꼬리를 내린 상대방은 별로 없었기에 그렇게 내 데이터가 예상 경로를 빗나갔다. 웬걸! 나는 민원글을 조금 못되게 썼고 피드백은 너무 빨랐다. 


그래서 다시 해당 직원에게 어떠한 제재도 바라고 쓴 글 아니라는 둥 지점장님도 맘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둥 구구절절 내 컴플레인에 내가 피드백을 하고 앉아있다. 아 컴플레인도 배짱이 필요하다. 

나는 여전히 컴플레인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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