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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리 Feb 27. 2020

영원한 청개구리

왜 엄마는 항상 걱정할까요.

지방에 사는 엄마의 전화가 연신 이어진다. 


청정구역이라 믿었던, 내가 나고 자란 도시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유기농 매장에 물건이 동나고 관광객 발길이 끊겼단다. 엄마는 내게 상황이 장기전이 될 거 같으니 식료품을 넉넉히 사두라고 했다(지난주엔 제발 그만 좀 돌아다니라고 했다.). 엄마 말을 잘 들으면서도 안 듣는 나는 오늘 마트에 가서 엄마가 예시로 말한 품목 중 딱 된장 하나만 사고 나머지는 내 취향대로 장바구니를 채운다. 장을 본 뒤 숙제를 끝난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단톡 방에서 오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면 엄마가 말한 식료품보다는 가열이 필요 없는 과자나 술이 최고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나는 오늘도 우리 집 청개구리다. 


엄마는 걱정이 많다. 그런 엄마를 항상 달래며 걱정 좀 그만하라고 말하는 나도 사실 엄마를 닮아 걱정이 많다. 다만 이 사실을 나는 매일 부정하며 산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궤변, 술을 잔뜩 쟁여놔서 앞으로 며칠 동안 집안에서만 지내도 문제없다는 둥 엄마가 하도 잘 먹여서 면역이 좋다는 둥 시답잖은 말로 그를 웃게 한다. 


내가 태어나 처음 만난 친구인 엄마는 항상 걱정하고 있어서, 원래 걱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며 살았다. 하지만 오늘 문득 걱정이 앞서는 엄마와 엄마보다 덜 걱정하는 딸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자식이 있고 나는 없다. 엄마는 언제나 두 몫을 걱정하고 있었다. 


자의와 타의를 적절히 섞어 현재 자식이 없는 나는 '아직은' 엄마이기보단 딸로 사는 게 좋다. '엄마'라는 단어를 형용하는 그 자체가 지금의 나의 엄마라서, 이러한 엄마를 보고 자란 나는 고슴도치 뺨도 때릴 '슈퍼 도치맘'이 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를 아이에게 온전히 줄 수 있는 때가 오면 그 아이만 괜찮다면 그땐 엄마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세상일이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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