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산티이고 생활 이제 두 달 차... 고국에서 귀한 밥솥이 왔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흥분되던지
집에 오자마자 며칠 전부터 준비한 쌀 씻고 밥솥에 안쳤다.
후다닥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는 데 부엌에서 풍기는 밥 짓는 냄새가 진동한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온다.
'밥 짓는 냄새가 풍기는 곳이 곧 집이구나' 생각한다.
마음이 들떠 같이 곁들일 계란 말이도 후딱 하고 급하게 밥을 먹는다.
너무나 흔하고 그래서 관심 없던 밥이었는데 타국에 나오니 쌀 한 톨이 이토록 귀하다.
농사를 지셨던 할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하셨던 유일한 훈화,
"쌀 한 톨에 농민의 땀방울이 들어있단다. 한 톨도 남기지 말고 싹싹 먹거라 "
세상에 흔한 밥 한 공기를 먹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밥솥을 보내준 가족, 엄마가 해준 요리 등등 온갖 일들이 생각한다. 매일 먹던 밥이었을 뿐인데 이토록 쌀이 내게 귀한 적이 있던가.
그렇게 일주 내내 나는 장을 보고 반찬, 국을 만들어 밥을 먹었다.
난생 처음 김치 깍두기도 담그고 식빵 바짝 구워 빵가루를 만들어 돈가스도 튀겼다.
카레는 한 솥 끓여 냉동해놓고 감자조림, 가지볶음, 시금치나물 계란말이 등등
주말 또는 퇴근 후 여력이 되면 그렇게 반찬을 만들어댔다.
밥 짓고 몇 가지 반찬 만들고 국까지 끓여 냉동, 냉장해 놓으니 곳간이 든든해 힘이 절로 난다.
집에 항상 밥이 있어야 한다던 엄마의 말도 맞았다. 역시 엄마 말은 항상 옳다.
지금이라도 '밥'의 의미를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흔해서 무신경하지만 없으면 당장 그립고 아쉬운 것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아침부터 밥을 맛있게 먹고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