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장이야기 (2)
나의 첫 퇴사는 마치 오랜 인연에게 고한 이별통보 같았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퇴사를 결심하진 않는다. 먼저 미세한 징조가 보인다. 오랜 시간 고민도 해본다. 이해득실을 따져보다가 이윽고 현상 유지를 위해 열심히 합리화하면서 다시 출근하기로 마음먹지만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내 영혼을 갉아먹는, 참을 수 없는 순간에 직면하고 나는 퇴사를 통보해 버렸다. 상사와 동료에게 퇴사를 고하는 순간조차 마냥 유쾌하진 않았다. 붙잡는 사람, 악담하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 반응도 제각각이다.
퇴사 후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 위한 내 기준 또한 더 견고하고 높아진다. 여기서 하향할 수 없다. 회사에서 겪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점점 치유하고 무뎌지는 순간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이전 회사와 비슷한 조건 뭐, 나쁘진 않다. 마냥 백수로 시간을 보내기엔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다. 새 출근을 앞두고 옷도 사고 머리스타일도 바꿔본다.
그러나 오랜 연애 끝에 나는 나를 알아버렸다. 백마 탄 회사는 없다지만 그럼에도 여러 면에서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결국 나는 이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