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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Jan 05. 2024

인생은 어쩌다의 연속

2024. 1. 5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 딱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고민 없이 이분을 선택할 겁니다. 현재 강릉으로 터를 옮겨서 작은 와인바를 운영하고 계세요. 가게 오픈하셨다는 소식은 진즉에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케텍스 타면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1시간 30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뭐가 그리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그 시간 한번 내는 게 점점 쉽지 않아 집니다. 


비노에올리바 @강릉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 가게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주시는 감사한 분입니다. 10년이 넘은 그 세월이 저희 가게의 역사가 되었고 저희의 인생이 되었습니다. 


올 한 해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릉에는 인연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대학 동기 녀석이 강릉으로 귀농을 했거든요. 5-6년 전 즈음에 녀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방통대 농학과를 다니고 있고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싶다며 한번 찾아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방과 나와서 과일장수하는 것도 특이한데 농사짓는 농부가 나올 줄이야... 그래도 나름 업계 동지가 하나 생긴 것 같아서 너무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실제로 녀석은 차근차근 준비해서 귀농을 했고 나름 잘 적응해서 지금은 지역에서 나름 유명세를 얻고 있는 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famous farmers @강릉


녀석에게도 한번 간다 간다 해놓고 한 번을 못 갔습니다. 강릉은 제 출장 동선 중에 있는 곳이 아니라 맘먹고 가지 않으면 잘 가지 않은 곳이라서요. 작년 말 동기 녀석이 한번 내려와 달라는 부탁을 해서 지금이구나 싶어 바로 기차표를 예약했죠.


예전에 니가 농사짓는 과일을 내가 파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구나 농담처럼 나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는 어쩌다 과일장수가 되었고 녀석은 어쩌다 농부가 되었습니다. 


인생이란 따지고 보면 그냥 어쩌다 여기까지 와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분 참 묘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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