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폴라 돔보다 더 좋았던 중앙 시장
#008. Italy.Firenze_day1
로마 떼르미니에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이동했다. italo 특실을 타고 너무나 편하게 왔다. 왜 특실을 타게 되었는지는 참 우여곡절이 많지만 생략하겠다. 로마에서 이딸로로 1시간 30분. 우리는 피렌체에 도착했다.
피렌체는 로마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피렌체의 첫인상은 내가 생각했던 피렌체와는 조금은 달랐다. 들은 바로는 좀 더 예스럽고 조용하고 아기자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피렌체도 완벽한 도시였다. 다만 로마보다 대체적으로 깔끔하고 조촐한 느낌.
숙소는 기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아주 조용한 전원주택 같은 느낌의 복층으로 되어있는 구조라 아이들은 1층 우리는 2층을 쓰기로 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시내 중심부와는 1~2블록 정도 떨어져 있어서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다. 숙소로서는 최적의 위치. 우선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가까운 곳에서 먹기로 했다. 숙소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식당. 그냥 무작정 들어갔다. 내부의 실내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얼마나 오래된 식당인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백반을 주문하듯 마리게리따와 뽀모도로 그리고 음료는 당연히 환타를 시켰다. 마리게리따는 어디에서나 진리다. 이탈리아의 환타는 한국의 그것과 다르다.
거리를 가득 채운 테이블과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젤라토 가게. 골목의 폭도 양 사이드 가게에서 야외 테이블 1줄씩 깔면 딱 좋은 사이즈의 아기자기한 골목. 그 골목에서 정말 너무 여유롭고 즐겁게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는 그들을 보면서 사실 좀 많이 부러웠다. 우리가 그곳에 앉아있는 것은 사실 그냥 좀 있어 보이려거나 그냥 경험의 차원이지 완벽하게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에게도 을지로 만선 호프를 비롯해서 대한민국 특유의 분위기의 거리 주점들이 있지만 무슨 무슨 골목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집합시켜 놓은 느낌이 아닌 그냥 거리마다의 펼쳐져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한국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점심을 먹고 향한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두오모다. 숙소에서 두모오 성당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피렌체는 로마에 비해 전체적으로 작다. 어딜 가나 그냥 걸어 다녀도 멀지 않다. 우리가 두오모 성당으로 알고 있는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Santa Maria del Fiore)이다.
오늘은 두오모 큐폴라 돔에 올라가기로 했다. 큐폴라 돔은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올라갈 수 있다. 3시 30분 표를 미리 예약해놨음에도 대기하는 줄이 꽤 길었다. 그럼에도 줄은 비교적 빨리 줄어들었다. 올라가는 인원수 제한을 해두었기에 올라가거나 내려올 때 정체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이 분리되어있어서 사람들끼리 부딪히거나 하는 걱정했던 일도 없었다.
돔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뚫려 있는 창문 사이로 보이는 피렌체를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연 정상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어떨지 기대가 커져만 갔다. 좁은 통로를 올라가는 재미와 중간에 돔의 천정화를 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드디어 정상 도착. 한눈에 펼쳐진 피렌체의 도시 컬러는 브라운. 어떻게 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큐폴라 돔에 올라가니 피렌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원형으로 되어있어서 360도로 피렌체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탑이나 전망대보다 매력적인듯하다. 건너편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면 쿠폴라 돔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내일이나 모레쯤 올라가 볼 예정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광장으로 가면 큐폴라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의 조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만큼은 나도 브루넬레스키가 되어 그가 바라보는 그 위치에서 큐폴라 돔을 올려다본다.
내일이 부활절인 관계로 사람들은 많지만 로마의 북적거림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밤에도 무섭지 않을 것 같은 동네라는 느낌이 피렌체가 로마와는 다른 점이랄까? 로마보다는 골목골목이 깨끗하기도 했다.
큐폴라 돔에서 내려와 우리는 한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원래 가려던 한인마트 보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인데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인마트다. (말이 좀 웃기긴 한데... ) 여기가 로마나 다른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 마트보다 햇반을 비롯해 모든 상품의 가격이 저렴하여 도착한 첫날 장을 왕창 봤다. 부활절과 그다음 날은 식당이나 가게문을 많이 닫는다고 해서 피렌체에 오자 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장보기.
점심은 피자를 먹었으니 저녁은 안성탕면에 햇반까지 말아서 배부르게 먹고 (종갓집 김치는 필수템) 저녁 마실을 나갔다. 집 근처에 중앙 시장이 있었는데 사거리를 가죽제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중앙에 큰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중앙 시장(Piazza del Mercato Centrale)이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안에 뭐 대단한가 있을까 싶었는데 1층 상가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2층으로 올라가니 푸드코트 같은 거대한 식당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쫌 감동이었다. 정말 사람이 많고 바글바글한데 그 사람이 많은 것이 복잡해서 빨리 나가고 싶다가 아닌 에너지가 너무 충만해서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기고 싶은 분위기. 각각의 가게에 특색이 있고 가운데 테이블도 정말 깨끗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장의 모습에 가까웠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였다. 애들만 없었으면 맥주라도 한잔 하고 가고 싶었던 곳. 거리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에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중앙시장에서 맥주 한잔.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여행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장 계단을 내려왔다. 아이들에게 맥주 같은 시원함을 안겨줄 곳은 오직 젤라토 가게. 로마에 가기 전에도 3대 젤라토를 비롯해 맛있는 젤라토 집 리스트를 많이 가지고 갔는데 막상 로마에 가보니 그런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판테온 근처의 지올리띠에 가서 느낀 것은 그냥 그저 그렇다는 것. 동네를 지나가 우연히 들른 젤라토 가게에서 오히려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 후기들이 여행을 망치는 하나의 요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피렌체에서도 괜히 맛있어 보일 것 같은 젤라토 가게에 들어갔는데 역시 맛있었다. 보통 이곳에서의 젤라토 가격은 작은 컵 하나에 2.5유로 정도가 보통. 2가지 맛을 주는 곳이 대부분이고 운이 좋으면 3가지 맛을 담아주는 곳도 있었다. 나는 주로 과일 소르베 위주로 먹어보고 있는데 레몬 소르베는 꼭 먹으면서 가게마다 맛을 비교해보는 중이다. 가게마다 단맛과 신맛의 정도가 조금씩 달랐다. 스트로베리 망고는 거의 다 맛있고 가게마다 조금씩 스타일도 조금 다른 것 같다. 물론 내가 가 본 10여 개의 가게로만 이탈리아의 젤라토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피렌체에서는 오늘 쿠폴라 돔을 관람하는 일정 외에는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다. 한국에서 우피치 투어를 예약했었으나 로마에서 바티칸 투어를 다녀온 이후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바티칸 투어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취소시켜버렸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가이드와 함께 작품 설명을 듣는 것은 굉장히 좋으나 사람이 너무 많으면 정말이지 작품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르게세에 갔을 때 차분히 작품을 관람한 분위기가 다른 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성 탓에 술에 만취한 사람은 거리에서 아직 보지 못했다. 술에는 비교적 엄격하고 담배에는 한 없이 관대한 나라 이탈리아. 딱 나를 위한 나라다... 담배를 그리 많이 피고도 감정 표현이 너무 좋아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장수하는 국민이라니...
골목을 걸어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피렌체에서의 첫날밤은 이렇게 가고 있다.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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