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007. Italy.Rome_day7
벌써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 오고야 말았다. 가보려고 계획했던 곳 중에 못 가본 곳들이 좀 생겼다. 보름 일정 중에 절반을 로마에 할애했지만 로마를 7일에 다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오늘 하루에 남은 곳들을 다 갈 수는 없었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늘 가까운 곳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는 우리의 습성은 여행지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네라고 표현하지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 도시 어느 한 구석 역사의 숨결이 없는 곳이 없다. 잘 알려진 명소도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지만 소소한 동네 탐방이 어찌 보면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바랐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일정은 동네 산책으로 정했다. 일명 동네 상권 살리기. 숙소 바로 맞은편에 있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성당에 마지막 날이 돼서야 들어가 보았는데, 로마의 성당은 그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벽화와 천정화는 기본이었다. 동네 성당아~ 무시해서 미안...
떼르미니 가는 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자주 마주쳤던 인상적인 성당이 하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곳이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Piazza di S. Maria Maggiore)
가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허거걱.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건물을 돌아서 가보니 우리가 늘 보았던 곳은 성당의 뒤편이었다. 정면은 전혀 다른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안검색까지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성당으로 로마에서도 꽤 큰 성당이다. 천장화를 비롯 온 성당이 금빛 찬란.
내부는 그야말로 금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특히 오른쪽 창문에서 선명하게 햇빛이 들어오는 광경은 마치 신이 은총을 내려주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장관이었다. 바티칸 성당의 규모만은 못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성당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보물은 늘 가까운 곳에
맛집 찾아다니는 것은 이번 여행에서 일찌감치 제외를 시켰던지라 이번 여행에서는 맛집 찾아다니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이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로 꼽고 싶다. 집 앞에서 자주 봤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도 먹고, 며칠 전 갔다가 마음에 들었던 골목 젤라토 집에도 다시 갔다. 그런데 그 젤라토 집이 알고 보니 로마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젤라토가 있는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점심 먹고 숙소로 돌아와 2시간 낮잠.
오늘은 저녁 일정은 야경 관람을 테마로 잡았다. 로마에서 아경 예쁘다는 명소를 많이 알아놨는데 일정이 강행군이었던지라 의외로 콜로세움을 제외하고는 야경을 볼 기회가 없었다. 오늘은 핀초 언덕과 성 천사성에 가는 것이 중요 일정이었던지라 3시쯤 집을 나섰다. 스페인 광장, 포폴라 광장, 핀초 언덕, 성 천사성의 일정으로 잡았는데 아이들의 체력이 따라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 광장은 도떼기시장. 규모가 작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광장이라는 것이 사람들로 가득해야 광장의 맛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트레비 분수는 아침 일찍 가서 조용하게 분수 소리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면 스페인 광장에는 사람 많을 때 가는 것이 더 낫겠다 싶다. 이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오드리 헵번의 전유물로 남기고 싶다.
스페인 광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포폴로 광장(Piazza Popolo)은 규모가 꽤 컸다. 상대적으로 작은 스페인 광장에서 있다가 와서 그런지 더 크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광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북적북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기분 좋은 번잡함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코르소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2개의 바로크식 교회는 여의도 쌍둥이 빌딩처럼 닮았다. 오른쪽이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교회(Santa Maria dei Miracoli), 왼쪽이 산타 마리아 데이 몬테산토 교회(Santa Maria dei Montesanto)다. 오른쪽 교회의 본당 큐폴라는 둥근 원, 왼쪽 교회는 타원으로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육안으로는 거의 똑같아 보인다.
광장에는 언제나 다정하게 키스하는 연인과 거리의 악사들이 우리를 반긴다.
거리의 악사는 록음악을 연주했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까지 콘서트를 관람하듯 광장 한편에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 녀석이 아빠 아는 노래냐며 신기한 듯 바라봤다.
저녁 7시경 광장 옆에 자리 잡은 핀초(Pincio) 언덕에서 바라보는 노을의 모습이 예쁘다고 해서 올라가 보았다. 저 멀리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이 보인다. 보통 요즘의 로마는 8시경 해가 지기 시작해서 해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해지는 모습은 성 천사성에서 보는 걸로 하고 핀초 언덕을 내려왔다.
포폴로 광장에서 성 천사성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는데 테베레 강 옆길을 따라 산책하며 바라본 강가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강가를 따라서 산책하는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평화의 제단 미술관(Museo dell'Ara Pacis) 앞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스케이트 보드를 탈만한 평평한 아스팔트 길이 잘 없는 로마의 환경적 특성 때문인지 평평한 길만 보이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했는데, 미술관 앞에서 이렇게 보드를 타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립 머시기 미술관 같았으면 가만히 있었을까? 문화와 예술이 특별한 무엇이 아닌 일상의 생활로 자리 잡고 있는 그들의 역사 때문은 아닐는지...
4월 25일 이탈리아 해방 기념일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날 우리는 베네체아에 있을 예정이다.
성 천사성에 가기 전에 있는 대법원 건물도 놓치기 아까운 명소다. 부정부패가 많은 이탈리아. 아마도 사람들이 대법원 건물에 재판받으러 가고 싶어서 그리 죄를 많이 짓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숨 막히게 아름다운 곳.
가는 동안 해는 조금씩 기울고 야경 촬영 핫스폿인 대법원 앞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야경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성 천사성.
저기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의 모습도 보인다.
로마의 밤은 낮과는 다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성 천사성 앞에서 바라보는 해가 지고 조명이 조금씩 켜지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의 모습은 강렬했다. 바티칸 투어 했을 때 몸이 너무 힘들어 제대로 느끼지 못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아름다움을 한 껏 느낄 수 있었다.
하프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우리의 로마에서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위로라도 하듯 촉촉한 갬성으로 우리에게 작별을 고했다.
아쉽지만 이렇게 로마에서의 7일간의 일정을 마감한다.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했던 로마. 또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마웠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일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피렌체로 이동한다.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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