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 달코름한 마을 포지타노

레몬 소르베로 기억될 검정 자갈 해변 Positano

by 공씨아저씨

#006. Italy.Rome.Positano_day6


오늘은 남부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남부 지역은 렌트를 해서 가고 싶었으나 처음 여행 온 나라에서 렌트를 하기에는 아직 자신감이 부족했다. 사실 하루에 남부 투어를 한다는 것이 패키지여행과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포지타노는 꼭 보고 싶어 당일 투어 프로그램으로라도 만족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핵심 도시는 로마였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15일 정도 일정으로 남부지역만 투어 하는 휴가를 오고 싶기도 하다. 빨간 포르셰 오픈카를 렌트해서 말이다. 떼르미니 근처에 집결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로마에는 버스가 정차할 수 있는 위치가 따로 정해져 있어서 아무 곳에서나 정차할 수 없다고 한다. 집결지 건너편에 보이는 로마 국립박물관. 워낙 초대형 유적지들이 많은 탓에 그냥 동네 상점처럼 작게 느껴졌다.


떼르미니 건너편 로마 국립박물관


로마에서 폼페이로 가는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경부 고속도로와 흡사하다. 실제로 경부 고속도로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는데 휴게소 화장실은 돈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 휴게소도 그렇지만 커피와 모든 먹을거리의 가격이 일반 상점보다 비쌌다. 그러나 맛은 괜찮았다.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은 어디나 기본은 한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폼페이. 폼페이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부활절 주간을 맞이하여 관광객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입장하기까지는 꽤 많은 대기줄이 있는데 현지인 담당책이 패스트트랙을 만들어줘서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원형 극장

실제로 이 원형 극장에서 저녁에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이런 곳에서 보는 공연이라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공연 일정 맞춰서 방문하는 것도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폼페이는 작은 돌과 중간 돌 그리고 큰 돌밖에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오래전 이렇게 완벽한 계획도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인 곳. 청계천 복원 사업에 진정한 '복원'이 과연 존재했는지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발굴과 복원이 가능할는지... 그저 부럽기만 했다.


정해진 일정 탓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아쉽기만 했다. 나중에 다시 온다면 최소한 하루는 할애해서 곳곳을 다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망대에서 본 포지타노


그리고 우리는 포지타노로 향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 아말피 해변. 그중에 포지타노. 사진으로 너무 많이 보았던 곳이라 실제의 모습이 어떨지 많이 궁금했다. 사실 웹상에서 떠도는 여행지 사진이라는 것이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과장되어 포장된 경우가 많아서 말이다. 사진에서 너무 많이 봐서 그랬을까 전망대에서 본 포지타노의 감동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만난 골목 풍경은 정말 아기자기한 감동을 주었다. 이 곳은 고급 휴양지라 호텔뿐 아니라 모든 것의 가격이 비싸지만 쫌 심하게 예쁜 포지타노의 골목 풍경은 비싸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실 외형은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디테일한 콘텐츠들이 그곳의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니겠는가?



골목골목을 산책하며 우리는 해변가로 내려왔다. 레몬으로 유명한 포지타노. 이곳에 오면 꼭 먹어보라는 레몬 소르베를 나도 한번 맛보았다. 레몬을 하나 통째로 먹는듯한 기분. 해변가에 위치한 가게라 자릿세 덕분에 조금 비싸긴 했지만 충분히 먹어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해안가가 검은 자갈들로 되어있는 것이 신기했다. 외국인들은 수영을 하거나 썬텐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보이는 것은 대부분 호텔이다. 살기 위해 해적을 피해 조금씩 더 위로 위로 도망가서 살던 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남았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그들의 절박함이 만든 아름다움에 한 편으로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염없이 있고 싶지만 정해진 투어 일정이라 어느덧 이곳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포지타노는 하루 있다 가기에는 좀 아까운 곳이다. 그냥 담장 밖에서 남의 집 구경하다간 기분이랄까? 쉬러 오는 전형적인 휴양지가 어울리는 곳이다. 배를 타고 아말피 해변을 따라서 우리의 관광버스가 있는 해안 마을로 이동했다.


배에서 바라본 포지타노


약 1시간 남짓 배를 타고 가면서 만난 아말피 해안의 마을 모습이다.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개성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들.


배에서 내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로마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로마에서의 7박 8일 일정 중 로마를 벗어나 아시시와 남부지역 두 곳을 갔었는데 물론 아시시도 포지타노도 너무나 멋졌지만 난 사실 개인적으로 로마 시내의 모습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다. 로마를 여행하신 많은 분들이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10년 전에 왔을 때랑 똑같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그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오래된 역사가 주는 힘은 실로 대단했다. 10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복제 작업을 진행했던 나의 한국에서의 경험은 오래된 것들에 대한 가치. 역사에 대한 소중함을 나에게 크게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는데, 로마는 정말이지 내가 원하는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공존해있는 로마는 정말 절묘한 균형미의 극치라 표현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 점에서 로마가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투어에서 돌아와 떼르미니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며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 나를 보며 아마 전생에 로마의 왕이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내일은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 부활절이 가까워지면서 관광객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내일은 밤 10시에 콜로세움에 교황님이 오신다고 하니 동네가 난리가 날듯하기도 하다.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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