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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Dec 08. 2021

레거시 미디어의 종말

2021.12.8

극장 매표소 앞에서 예매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 티브이 생방송을 기다리며 온 가족이 티브이 앞에 모여있는 풍경. 학원 수업 때문에 생방으로 못 보던 '모래시계'를 엄마가 비디오로 녹화해 주셔서 주말에 다시 보았던 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추억의 장면입니다.

 

거의 모든 극장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변했고 영화표는 어플로 예매를 합니다.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디바이스도 이제는 TV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습니다. 생방송 시작 10분을 놓치면 Quick vod로 처음부터 보면 될 일. 생방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색한 시대입니다. 불과 3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변화된 우리 일상의 모습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를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개봉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코비드로 인해 영화가 극장이 아닌 OTT에서 개봉하는 것에 우리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넷플릭스 1위 소식에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국 콘텐츠는 원래 뛰어났다고 국뽕론을 제기하는 평론가도 있고, OTT 시장의 저변 확대로 외국인들도 자막을 보는 행위 자체에 익숙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스크린 쿼터' 사수를 위해 영화인들이 삭발을 해가면서까지 한국 영화를 지켜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글도 만납니다. (영화와 함께 보낸 저의 10대 후반은 영화사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영화의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애플 tv+


방송 환경 또한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크브스와 스브스를 유튜브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10대들을 만납니다. 지상파의 힘은 약해졌고 그 자리를 종합편성채널(종편) 그리고 OTT가 차지하였습니다. 방송국들도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숏폼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방송에서는 편집본을 보여주고 유튜브에서 전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유퀴즈'에서 자기님 한분과의 토크 시간이 이를 증명합니다. 


유퀴즈 메인 피디 김민석 님이 모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foli:n <팀 유퀴즈 :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
foli:n <팀 유퀴즈 :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


저는 많은 부분 동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에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나 12세 지상파 예능에서 19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패러디하는 것을 보며 저는 개인적으로 몹시 놀랐습니다. 이제 지상파 PD들까지도 스스로 정해놓은 수위가 무너진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콘텐츠의 수위와 관련해서는 등급제 이야기까지 들어가야 되는데 오늘은 생략합니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와 뉴미디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MZ세대까지가 아닐까 합니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할 때만 해도 가장 인기 있는 학과였던 '신문방송학과'라는 이름이 오늘은 왜 이리 촌스럽게 읽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OTT 시장이 어떻게 앞으로 흘러갈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까지는 버텼는데 웨이브부터는 살짝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때문에 지인의 아이디를 하루빌렸는데 애플티비가 또 저를 유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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