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 새를 보러 가다니

2022. 2.18

by 공씨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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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인 아빠로 살아가는 것이 조금씩 주위에 소문이 나다 보니 가끔 사진을 보내오면서 이 새가 무엇인지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허허 그걸 제가 알턱이 있나요? 탐조인한테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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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사진_from 지인 (백할미새와 바다직박구리)


아빠 : '탐조인아 이 새는 뭐야?'

탐조인 : '백할미새 같은데요?'


아주 멀리서 조그맣게 찍힌 사진을 들이밀어도 탐조인은 1초의 고민도 없이 새 이름을 말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도감에서 보았던 새 중에 비슷하게 기억하는 새 이름을 대충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말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도감을 들이밀며 이 새라고 보여줍니다. 저는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가끔은 누가 어디 여행 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거기에 무슨 새 많은데 혹시 보게 되면 좀 찍어서 보내주세요라고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가는 지인이 있으면 바다직박구리 찍으면 꼭 보내달라고 부탁을 한다 등 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도감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사진 속의 새가 이 새인지 저 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감 속의 새는 제가 실제로 본 새를 백만 스물세 배 정도는 확대해 놓은 정도의 느낌이고 도감 속의 새는 암컷과 수컷이 다르고 계절마다 깃의 빛깔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순간이었을 겁니다. 녀석이 새에 진심이라는 것을 확신한 순간을요. 그리고 저는 녀석에 대한 경외심까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새도감을 사주고 쌍안경을 사준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녀석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옆에서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줘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죠.


보고 싶어 하던 원앙이 창경궁에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할 일은 창경궁에 갈 일만 남았죠. 그래서 오늘은 탐조인을 모시고 창경궁에 갔습니다. 호수가 얼어있어 원앙을 보지는 못했지만 보고 싶어 하던 되새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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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 @창경궁


되새 @창경궁


노랑지빠귀도 오늘 많이 보았네요. 지난주말 탐조인 형 렌즈가 숲에서 찍어온 사진을 본 이후에 개똥지빠귀와 노랑지빠귀 구별하기 위해 도감을 열심히 봤지만 저는 여전히 멀리서 두 녀석을 구분하는 게 좀 어렵습니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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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지빠귀



노랑지빠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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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탐조생활중인 탐조인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탐조인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탐조인아. 그런데 새를 보면 저 작은 새를 어떻게 한눈에 딱하고 알아볼 수가 있는 거야?'

탐조인 : '평소에 도감을 자주 보면서 익히죠. 그리고 믿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새를 보면요 새가 줌이 되어 크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한눈에 알아보겠더라고요.'


어떤 새를 보면 스캐닝을 하듯이 본인의 데이터 베이스 안에서 검색엔진을 돌려 딱 답이 튀어나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얼마 전부터 네이처링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서울에서 새를 볼 수 있는 곳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찍은 새들을 조금씩 올려놓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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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찍어서 준 사진들도 몇 장 보이네요. ©탐조인으로 되어있는데 카피라이트의 개념을 아직 잘 모르는 듯합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차곡차곡 저작권 위반 증거 기록들을 모아놓아 녀석이 나중에 유명한 새박사가 되어 돈을 벌게 되면 그때 청구해서 제 노후자금으로 쓰면 되니까요. 앞으로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줄 생각입니다.


오늘도 빡씬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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