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2
사업 초기 제주도 출장 가면 숙소는 무조건 찜질방이었다. 잠만 잘 숙소 따위에 돈 쓰는 건 사치였으니까. 물론 항공편은 최저가 항공편만 이용. 일정은 무조건 2박 3일 같은 1박 2일로!
1년에 한 번 비수기 겨울철에만 가는 제주도이지만 제주 출장 경력이 쌓일수록 출장 스케일도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었다.
농가에 인사차 들리는 경우는 무조건 당일치기! 1박 하는 순간 출장비의 앞자리가 달라진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기분 더러운 것이 제주도 당일치기 출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무렵(제주도 가서 바다 한번 못 보고 올라오면 왠지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든다.) 나의 몸도 점차 늙어갔다. 몸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
12년 차인 지금의 지침은 '만원만 더 써라'다. 비상구 쪽 자리 배정이 무료에서 유로로 바뀜에 따라서 저가 항공요금에서 1만 원만 더 쓰면 조금 더 넓은 좌석의 비행기로 날아갈 수 있더라. 1시간 10분의 짧은 비행이지만 여행의 질이 달라짐. 이코노미에도 급이 있다! 최저가 알아보느라 하루를 다 썼던 과거를 후회한다. 지금은 항공편에서 렌터카까지 30분에 모든 예약을 마친다.
숙소를 고를 때도 1박에 1만 원씩만 더 쓰니 숙소의 질이 달라지더라. 물론 침대 하나 테이블 하나 있는 작은 방이지만 모텔 느낌은 안남. 올해 숙소는 제주도에서 제일 따뜻한 곳으로 골랐다. 작년에 출장 간 이후에 농장의 위치와 관계없이 숙소는 무조건 이쪽으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사진과는 다른 방이겠지만 왠지 있어 보여서 5천 원 더 썼다.
렌터카는 조금 업그레이드되었다. 혼자 다니니 모닝만 타고 다녔는데 이제 소형차 흔들거려서 무서워서 아반떼 급으로는 타고 다닌다. 작년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제주 렌터가 비용은 올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내일부터 제주 출장인데 일정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급 피곤 몸이 아파오려고 함. 출장이라도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 다 때려주고 싶음.
모두 잘될 거야라고 마음먹는 긍정의 마인드와는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힘들면 접고 바닷가로 새나 보러 가지 뭐. 쌍안경은 챙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