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이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가?
현재 모든 회사나 단체들이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업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시계가 달려있는 출퇴근기록카드를 넣는 방식부터 KT비즈메카, 오피스365까지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다. 규모가 큰 회사나 단체 일수록 자체 프로그램을 쓰는 곳도 있고, 이미 개발된 솔루선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예전에는 카드 지출 영수증을 A4용지에 붙이고 지출결의서를 작성해서 결재를 받았는데 지금은 솔루션에 카드를 등록하여 온라인으로 전자결재를 진행하는 방식부터, 기안을 온라인으로 작성해 전자결재를 진행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그런데,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보니 과연 이런 방식이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업무의 경직성을 불러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입사한 곳에서도 다양한 솔루션을 사용한다. 인사관리를 하는 차체 HR프로그램, 법인카드의 지출을 관리하는 BizPlay, Office365에 있는 Teams와 SharePoint 등 기타 프로그램, 더존 회계프로그램 등. 문제는 이런 솔루션을 익히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아무도 이러한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솔루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경영지원팀에서는 매뉴얼을 던져 줄 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문의사항이 있어서 물어보면 매뉴얼을 왜 안 읽었냐는 듯한 답변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요즘 회사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업무보다 이런 솔루션을 익히고 익숙해져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회사마다 다양한 솔루션들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직을 하려면 다른 회사의 다른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사용하거나 혹은 사용했던 프로그램이나 솔루션들을 생각해보면, 많은 회사들이 공동작업을 위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구글 드라이브는 보편적으로 쓰고 있을 것이고, 네이버 클라우드(마이박스)를 같이 사용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해외지부가 있다면 구글 드라이브가 더 보편적일 것이다. 그리고 통합적이고 전사적인 관리를 위해 JANDI를 사용하거나 KT 비즈메카를 사용한 적도 있다. 두 프로그램 다 채팅 프로그램이 있지만, 카톡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쓰이는 업무 메신저이며, 어떤 곳에서는 업체와 소통하기 위해 여전히 네이트온을 사용해야 한다. 오피스 365를 도입했다면 거기에 있는 메신저도 있을 것이고, 해외와 소통해야 한다면, 당연히 WhatsApp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메신저도 같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필요하다면 텔레그램도 사용할 것이다. 이메일은 아웃룩으로 사용하는 업체가 많을 테지만, 마케팅을 위해선 페이스북 로그인을 위한 구글 계정이 당연히 있고, Gmail도 함께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또 네이버에 마케팅을 위해선 네이버 로그인을 위한 계정도 있을 것이다. 회계 프로그램은 더존을 사용하고, B2C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업체라면 더존으로 해결이 안 되는 재고관리 때문에 이카운트 같은 재고관리 솔루션을 부가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류업체를 사용하는 회사라면 물류업체의 시스템에 로그인해서 재고나 발주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솔루션을 사용함에도, 여전히 서면으로 사인을 해야 하는 건들이 꼭 있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 내부 저장장치로 NAS를 사용하여 모든 파일들은 거기에 저장이 되며, 퇴직자들의 파일은 정리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정작 필요한 파일을 찾기 위해선 파일 찾기 기능을 사용하여 여러 번의 검색을 거쳐야 자료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 외에도 비대면 회의가 늘어나면서 Zoom이나 카카오톡, Office 365의 Teams의 를 통해 화상회의를 할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솔루션들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상당히 업무가 표면적으로만 흐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자결재의 경우 출력물을 가지고 대면 결재를 받을 때는, 반려를 안 당하려고 계속 고민을 하면서 내용을 작성했는데, 전자결재가 되다 보니 일단 결재를 올리고 반려사유가 나오면 보완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최종 결재자 입장에서도 몇 번 반려를 하다 보면, 내용이 조금 부실해도 그냥 결재를 해주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업무가 진행은 되는데 깊이가 없이 진행되는, 표면적으로 흘러가고는 있는데, 핵심적인 알맹이는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이 있다. 업무 승인만 해도 파일을 단체 메신저 창에 던져놓고 확인해 달라고 하면, 분명히 지적하고 수정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데, 빠른 업무 진행을 위해 작은 지엽적인 부분들만 지적하게 되고, 정작 큰 부분은 못 건드리게 되는 상황들이 있게 된다. 시스템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내가 시스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해서 근본을 흔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 안에, 솔루션안에 나를 맞추고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솔루션의 도입은 좋지만 너무 많은 시스템은 오히려 일을 만드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점진적인 도입이면 좋겠다. 아직도 솔루션들의 다양한 기능들을 익히고 있고, 경영팀에선 새로운 매뉴얼들을 계속 쏟아낸다. 결국 빠르게 업무 진행을 위해선 담당자에게 직접 대면으로 물어보는 편이 빠르고, 새로 추진하는 업무의 승인을 위해선 대표를 직접 찾아가 자세히 설명하는 게 더 빠르다. 어떻게든 업무가 돌아는 가겠지만, 정말 잘 되고 있는 것 인지는 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