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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 노 Apr 09. 2022

갑자기 분위기 팀장

알 수 없는 인생

   기존의 일했던 단체에서의 계약이 끝나고, 다음 프로젝트가 있다고 지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했었던 일이 무난했기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는데, 비영리단체 경력이 있고 기존 프로젝트가 연장되는 것이니, 인사/총무/회계 팀장으로 일해 보는 게 어떻겠나는 제안을 받았다. 조금 고민했지만, 일단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다. 팀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지만, 마흔이 넘어서 어디에 지원을 해도 팀장이나 관리직으로 생각해 주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팀장이라고 해봐야 2명 정도의 팀원이 있는 작은 규모의 팀이었을 것이다. 아마 순차적으로 되었다면 그렇게 되어졌을 것 이었다.

   그렇게 예전 단체 인사 담당자와 협의가 끝나고 나서, 가만있다가 출근하면 되었을 것을, 호기심에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역시, 뭔가  부족했다고 느꼈다. 인사/총무/회계 쪽은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구르다가 사무실에 앉아서 사무를 보는 것이  답답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완전 필드 쪽은 아니고 그래도 약간 국제개발의 연관성이 있거나 사회적 기업 쪽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셜임팩트 쪽에 무게를 두고 일하는 비영리단체가 있기에 지원을 했다. 해외 협동조합의 생산품을 수입을 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하는 부서였고 '무역업무'라기에 지원을 했다. 이미 해외영업이나 무역에 조금 경험이 있기도 했고 비영리단체에서 하는 일이니 지금까지의 경력을 모두 사용할  있는 직무였기에 지원을 했다. 처음엔 나이가 많아 뽑아줄까 생각도 했지만, ... 그렇게 채용이 되었다. 사실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미  곳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기대도  했던 곳에서의 연락이라니... 하지만, 조금  단체였고 이미 가기로 되어있던 단체에 비해 좋은 조건들이 있었다. 그렇게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인생이었다.

   수익사업팀에 들어갔고 무역업무를 배정받았다. 그렇게 많은 업무가 주어진 것도 아니었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기로 했다. 팀장은 없는 상태였고, 입사하기  팀은 조금은 혼란스러운 일들을 겪은 상태였던  같았다. 그래서 대표가 직접 팀을 관리하고 있었으나, 나는  일만 열심히 하기로 생각하고 그렇게  달이 지났다. 그러다 대표가 잠깐 보자고 하더니, 갑자기 팀장을 제안했다. '... 이건 무슨...'이라고 생각했지만, 피할  있는 상황이 아닌  같았다. 생각해 보니 면접 때부터 '무역'업무와는 무관한 질문들을 무수히 받았고 대부분  대답을 했던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일개 팀원을 뽑는다고는 생각이   정도의 5명의 면접관들이 있었고, 꽤나 심도 있는 질문들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다니는   동안 대표가 지나가면서 던졌던 질문들은 팀장을 염두에 두고 각을 재보기 위해 했던 질문들이었다. 그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기분 탓이려니 하고 넘겼지만, 10 년이 넘는 직장생활의 촉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냥  것이  것뿐이었다. 마흔이 넘은 경력직은 어디 가도 팀원이   없었다. 그런 용도로 뽑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이런...' 의미 없는 완곡한 거절을  후에, 1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거기서 거절을 해도 상관은 없었다. 근무 조건을 변경하려는 것은 내가 아니니,  잘못은 없을 것이다. '입사   만에 팀장이라니...'  이르긴 했지만, 이미 다가온 운명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갑자기 10명의 팀원이 있는 팀장으로 발령받았다. 쉽게 살려고 도망가고 있었는데 목 뒷덜미를 제대로 잡혀 버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조금 버겁지만 그런대로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내가 알고 믿는 신, 하나님이 나를 그렇게 그곳에 두셨고,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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