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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라이언 Apr 14. 2021

암벽등반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소리 지르기, 복명복창 그리고 상호간의 크로스 체크


혹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올라 맞은편에 큰 바위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도저히 일반인들은 걸어서 올라갈 수 없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자일(로프)을 몸에 엮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오금이 저리고 미친 X들이라고 손가락질한 적이 있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북한산 인수봉


북한산 백운대에서 맞은편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는 '인수봉'이라는 곳으로 우리나라 암벽등반의 메카이다. 인수봉은 일반 사람들이 오를 수 있는 탐방로(등산로)가 없고 암벽등반의 노하우와 특정 장비가 있어야지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암벽 등반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상당히 어렵고 위험한 레포츠로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안전 지침을 준수하며 함께 등반하는 파트너들과 조화를 잘 이루면 정말 안전한 레포츠라고 할 수 있다. 


난 2017년에 정식 교육기관에서 주말을 이용해 약 6주 간 암벽 등반 정규반 교육을 이수하고 이후 여름 암벽반과 겨울 동계반까지 이수한 후 벌써 4년째 주말마다 암벽 등반을 취미로 하고 있다. 물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역시도 아직은 등반 때마다 긴장하고 왜 이 힘든 걸 배우고 하고 있는지 후회할 때가 많다.


간혹 프리 솔로(Free-solo)라고 해서 아무런 장비 없이 깎아지른듯한 절벽을 오르는 등반가들을 볼 수 있지만, 암벽등반 자체는 개인 레포츠라기보다는 팀으로 움직이는 레포츠다. 오르는 순서에 따라 번호가 매겨지는데 3명이 등반을 한다고 한다면 제일 앞서가는 사람이 '선등자', 2번째는 '2번', 3번째는 '말구'(정식 명칭은 아니나 등반에서 대부분 이 용어를 쓴다)라 부른다.



선등자는 등반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으로 각 피치마다 자일(로프)을 허리에 차고 스스로의 힘으로 오르면서 중간중간 자기 확보를 해 가면서 올라가고 어느 정도 높이에 이르면 그 자리에서 확보(본인의 몸을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몸에 있는 자기 확보줄을 볼트에 거는 행위)를 한다. 이후 선등자는 가지고 올라간 자일을 고정시키고 2번 등반자가 올라오는 내내 많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자일을 당겨준다. (이를 '후등자 빌레이'라고 한다.)


2번이 선등자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올라가면 다시 선등자는 다음 피치까지 올라가고 이후 2번 등반자는 3번 등반자(말구)의 자일을 당겨준다. 이때 3번 등반자는 올라오면서 중간중간 확보를 위해 설치한 장비를 회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가지고 산악인들은 '설거지를 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렇듯, 등반은 각 등반자들 마다 맡은 역할이 있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의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암벽 등반을 하는 내내 등반자들은 앞뒤 등반자에 항상 주시하고 서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복명복창을 한다. 이것이 등반자들 사이의 유일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등반을 시작할 때는 "2번 등반자 출발", 등반 중에 몸에 있는 자일이 늘어지는 경우에는 "텐션(tension) 혹은 자일업(seil up)"이라고 외친다. 무사히 피치 종료점까지 도착하면 "2번 등반자 완료!"라고 외치고 도착 후 다음 등반자를 위한 빌레이(belay: 로프를 당겨주는 행위) 준비가 완료되면 "빌레이 준비 완료!"라고 상대방이 들을 수 있게 크게 외친다.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는 이유는 등반자와 등반자 간의 거리가 꽤 먼 경우가 있기에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제대로 의사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외치는 것 외에도 등반에서는 복명복창을 중요시한다. 앞선 등반자의 소리를 확실하게 들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복명복창은 매우 중요하다. 등반이 안전에만 주의하면 위험하지 않은 레포츠이지만 이런 안전에 대한 주의가 무너지는 경우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매번 힘들게 등반을 하면서도 내가 매주 암벽 등반을 할 정도로 이 레포츠에 빠져있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등반을 하면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생긴다.

함께 등반을 하다 보면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잘 못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나의 자만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두 번째로, 등반을 하는 내내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등반을 하는 중에는 항상 상대를 주시해야 하고 안전에 몰두해야 하기에 3~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오롯이 등반에만 몰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높아진다.


세 번째로, 나 스스로에게 철저해진다.

등반에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기에 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고 장비 손질도 해야 하기에 스스로 나 자신에게 철저해진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등반을 하면서 상대방이 들을 수 있게 소리를 지르고 복명복창을 하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처럼, 한 회사의 조직 구성원들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명확하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내가 맡은 임무와 역할에 대해 철저히 충실해야 하겠고,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는 개인적인 잡생각은 버리고 오롯이 그 프로젝트에만 몰두해야 하며, 좋은 의미의 의견 충돌은 필요하겠지만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등반이 좋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함께 등반한 사람들 모두 정상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서로 배려하고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안전하게 정상에 서게 되는 것처럼,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모두가 목표하는 곳(정상)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수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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