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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n Feb 12. 2016

우리 둘 중 누가 더 나쁜사람 이었을까




너는 나에게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자주 했었고 나는 혼자인것이 지루하다가 가끔씩 그것이 편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 역설적으로 너를 생각했었어.

우리 둘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이었을까.

하려고 했던 몇가지의 계획들은 실패했고, 생각지도 않았던 몇몇 일들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날들이었어.
우리는 여전히 겪고 있는 중일테니 그 무엇도 제대로 설명할수가 없겠지.

오늘은 옥상에 올라가 한참을 서 있었어.
이렇게 많은 불빛들 중 제대로 된 내것 하나가 없다는 생각에 괜시리 울컥했지만, 울지 않기로 해.
나는 아직 너와 나 둘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알지 못하거든.

하지만 나는 그저 이것으로도 좋다고 생각했어.
이 많은 불빛들 중 한번 서로에게 닿았던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하니 그토록 미웠던 니가 오히려 고마워진다.
부정할 수 없이 우리는 한때 서로에게 머물렀었고 너는 내게 왔었으니까.
나를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 중 오래오래 내곁에 사랑으로 머물렀던 사람이니까.

결국 다 사라질거야.
그러니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곁에 머물며 보이지 않는 서로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으니,
수많은 사람들 중 니가 나를 알아봐 주었던 그 기적같은 순간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니,
우리가 우리로 불리던 그 아름다운 봄날이 너와 나 사이에도 분명히 존재했었으니,
그저 우리,
헤어짐을 아쉬워하지 말고 이 세상에서 한 점 빛으로 서로에게 닿았던 그 기적같았던 순간만 오래오래 기억하며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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