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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n Feb 12. 2016

나는 이렇게 정리가 됐어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린줄도 모르고 몇시간째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서 있었어.
결국, 결국 이렇게 되버렸구나.
칠흙같이 어두워진 실내가 굳게 내려진 블라인드 때문에 더 어둡게만 느껴져 불을 켜고 블라인드를 걷었더니, 기어코 눈물이 나버리고 말았어.
모든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고 나는 어쩌면 이런 날이 올 걸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조금 울었던건, 그저 눈이 부셔서.
블라인드를 걷은 내 방이 아프도록 눈이 부셔서.
그뿐이었어.
주섬주섬 냉장고 문을 열어 사과 하나를 꺼내 씻었어.
한입 꽉 베어물은 사과에 선명하게 핏자국이 묻어났고, 애써 모른척한채 티비를 켰어.
지나간 모든것들이 떠오르는 새벽이지만 그 어떤것도 원망하지 않기로 해.
커피를 한 잔 탔고,
나는
이렇게 정리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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