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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n Feb 12. 2016

기름냄새

아랫층인지 윗층인지 옆집인지 앞집인지 옆옆집인지 모를 어떤 집에서 저녁 내내 올라오던 향긋한 기름 냄새가 아직까지 남의 속도 모르고 밀려 들어오고 있다.
잔치를 하나보다 오늘.
행복하고 따뜻한 풍경이다.

몇년 전 일산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산 적이 있었다.
열쇠를 사용해 문을 열어야만 했던 오피스텔이었고, 당시의 퇴근길은 늘 내 머릿속마냥 뒤죽박죽 뒤엉켜버린 가방속에서 조그마한 열쇠를 찾는 일로 분주히 지나가 버렸다.
그 날도 그런 날 이었을것이다.
죽어라 안찾아지던 열쇠를 찾기 위해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가방을 있는 힘껏 뒤엎었고, 바닥에 쏟아져내린 물건들을 뒤적거리며 열쇠를 찾고 있을때 앞집 문이 스르륵 열렸다.
민망했던 나는 내 행위의 이유를 묻지도 않았던 아주머니께 멋쩍게 웃으며 "열쇠가 안찾아져서요"라고 입을 열었고 아주머니는 "아 네.."라고 말씀하시며 꽁꽁 여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를 지나쳐 가셨다.
그런데 나는 보고야 말았지.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던 그집의 저녁 풍경을.
아이들 소리와 티비 소리가 뒤엉킨 전형적인 가정의 저녁 모습과 그 사이로 흘러 나오던 따뜻한 저녁상의 냄새.
열쇠를 찾아 집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앉아 그 날 저녁 나는 꽤 긴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던 서울이었고, 그런 만큼 혼자기때문에 겪어야 하는 사무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살았었다.
그 날 그렇게 따뜻한 저녁 풍경에 무너져 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언젠가 넘치도록 사랑했던 어떤 남자에게 그런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찌됐건 사람은 사람이랑 살아야해요."
그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 50% + 진심50%.
지금은 온전히 100% 저 말에 동감한다.

결국은 사람이 전부다.

내일 저녁엔 나도 달걀을 한판 사와서 저녁 내내 기름 냄새 솔솔 풍겨가며 후라이를 해 먹어야겠다.

혼자인 풍경속의 내가 지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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