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한민국vs우루과이 분석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했던 경기

1.그라운드 위의 손홍민은 존재감만으로도 이미 우루과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손흥민 선수의 유무에 따라 우루과이는 한국을 상대하는 전술도 다르게 준비해야 했을 것이다. 월드컵 직전에 수술까지 감행해야 했던 그의 부상은 한국에는 악재였지만, 다시금 그의 존재가 상대팀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반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우루과이는 ‘혹시나’ 하는 손흥민 선수의 스프린트에 이은 역습을 막고자 내심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보였다.

2.경기가 끝나자 우루과이와의 무승부가 아쉬울 정도로 경기력이 좋았다는 말들이 있다. 경기전 비기기만해도 잘하는 것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았던 사람들이, 경기를 보며 과감히 승리의 자리까지 욕심을 낸다. 지난 4년간 벤투호에게 찬사나 격려보다는 무식하고 고집스럽다는 손가락질이 내심 부끄러울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3.우루과이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많다. 어쩌면 우루과이의 막힌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미드필더 발베르데가 이재성 선수의 발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발베르데의 부진보다 이재성 선수의 희생과 투지를 더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표팀에서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특별히 이재성 선수는 ‘축구 지능’ 자체가 높은 선수다. 전술에 대한 이해도나 경기 흐름을 읽는 이해력이 높다. 이것이 그가 거친 독일 무대에서 몇 시즌 째 살아 남을 수 있는 이유다.

4.이강인 선수의 깜짝 출전에 많은 사람들이 놀랬지만, 벤투 자신은 그렇지 않았던것 같다. 인터뷰에서 그가 꼬집듯이 한국 사람들은 팀보다 한 개인의 선수에 많은 집중을 하는 것 같다. 감독의 입장에서 월드컵은 유망주에게 경험을 심어주는 자리가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과 갈고 닦은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나마 대표팀에 선발되고, 직접 플레이를 관찰했던 벤투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가장 적절했던 선수들을 잘 교체하여 사용했다.

5.최근 폼이 많이 떨어져 약간은 무거워 보이는 황의조와 손흥민을 도와 케인의 역할을 하고자 케인 선수의 플레이를 연구했다는 조규성의 교체, 지난 수 년간의 비난을 한 경기의 투지로 여론을 반전시킨 나상호, 세 번의 눈물은 없다며 뒤늦은 나이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왼쪽 풀백 김진수, 한 발 앞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황인범. 이외 언급하지 않았던 선수들도 정말 헌신적이고 감동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6.사우디나 일본처럼 기적적인 승리는 없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작은 소망이 월요일 밤을 기다리는 기쁨이 되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함으로 춤추듯 경기하는 가나와의 경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지난 시간 우리의 연습과 노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내는 투지 넘치는 경기가 되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