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남긴 질문: 어떤 어른으로 살 것인가

by 아저씨의 뒷주머니

최근 화제가 되었던 《흑백요리사 시즌 2》를 뒤늦게 정주행 했다.

라운드별 치열한 전장 속에서 각자의 요리 철학과 다양한 식재료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과정은 언제 봐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결승전은 단순히 요리 기술의 우위를 넘어, ‘어떤 삶의 태도가 결국 승리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결승의 무대에 선 두 사람, 최강록과 요리괴물. 그들의 상반된 모습은 나에게 매우 대조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

최강록 요리사를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자신을 포장하기보다 무심한 듯, 그러나 본인만의 철학이 담긴 절제된 언어를 사용한다. 묵묵히 칼을 갈고 재료의 본질에 집중하는 타입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결코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주어진 환경이 어떻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며 오로지 요리 그 자체에 최선을 다한다.

말수가 적고 스스로를 드러내기 쑥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직장인으로서 혹은 가장으로서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나의 그림자를 보았다. 침묵 속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그의 미덕은 내가 지향하는 인간상과도 깊게 맞닿아 있었다.

반면 요리괴물이라는 참가자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의 실력 또한 압도적이었으나, 그 실력을 뒷받침하는 자신감은 때때로 오만함으로 비춰졌다. 상대를 압도하려는 기세와 자신의 우월함을 끊임없이 확인받으려는 태도.

나는 문득 회사 상급자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다. 실력은 출중할지 모르나 타인의 영역을 너무나 쉽게 침범하고, 자신의 기준만이 정답이라 믿으며 주변을 위축시키는 사람.

권위를 가장한 교만과 배려 없는 태도. 실력이 독선이 될 때 그것이 주변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드는지, 요리괴물과 상급자의 얼굴이 교차되며 다시 한번 실감했다.

결과는 최강록의 최종 우승이었다.

조용한 끈기와 겸손이 오만과 자신감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그의 우승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이들이 앞서나가는 듯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자신의 본질에 충실하며 묵묵히 걷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긴 레이스다.

마라톤의 마지막 2km가 준비되지 않은 몸에 가혹한 통증을 안겨주듯,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내가 쌓아온 노력의 두께와 겸손의 깊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요리괴물의 화려한 기교보다 최강록의 정직한 땀방울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이런 깨달음 끝에, 문득 내가 어떤 모습의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요란한 소리를 내어 능력을 과시하기보다, 최강록 요리사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며, 동료와 타인을 배려하는 낮은 자세를 잃지 않는 것.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의 성실함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증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

아이들에게도 이 귀중한 미덕을 삶으로 가르쳐주고 싶다.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법보다는, 자신의 본질에 집중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는 법을 먼저 깨닫기를 바란다.

오만함으로 상대를 누르는 일시적인 승리보다, 겸손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장기적인 품격. 그런 것들을 보여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세상이 정한 속도나 화려한 포장에 휘둘리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선을 지키며 걷는 길.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일상의 전장에서 나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 한다.

그렇게 쌓인 시간의 온기가 훗날 나를 더 근사한 어른으로, 그리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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