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스며든 고수의 진심

최강록의 '100번'과 '척'

by 아저씨의 뒷주머니

안성재 셰프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최강록 요리사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흑백요리사》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던 차에 보게 된 영상인데, 그가 툭 던지는 말들 속에 담긴 삶의 무게가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단순히 우승자의 후담이라기보다는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마음을 두드린 건, 그가 요리 초창기에 “이걸 100번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해보면 되지 않겠나”라고 본인과 주변을 다독였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한 가지를 100번 넘게 반복해 본 사람은 드물다는 그와 안성재 셰프의 지적을 들으며, ‘노력’이라는 단어를 참 쉽게도 써왔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의 100번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이자 자신을 속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준비였을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함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쌓아 올린 100번의 시간.

그 시간이 결국 그 사람만의 깊고 진한 맛을 만들어낸다는 걸 그는 몸소 증명해 보였다.

또 결승전 관련 인터뷰를 할 때, 당시 그가 말했던 “조림을 잘 못하지만 잘하는 척했습니다”라는 고백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월등한 실력을 갖춘 고수가 스스로를 ‘척하는 사람’이라 낮추어 말할 때, 그 단어 뒤에 숨은 치열한 무게가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전문가로, 혹은 완벽한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다그치며 그럴듯한 척을 해왔던가.

그 척함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그가 바쳤을 무수한 시간과 노력이 짐작되어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서일까,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결승전에서의 어록도 정직한 자유처럼 들렸다.

세상이 기대하는 ‘요리사’라는 옷을 잠시 벗어던지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마주하는 시간만큼은 어떤 연출도, 척함도 필요 없는 본연의 나로 머물고 싶다는 마음.

그것은 어쩌면 이 시대를 버티는 모든 아재가 꿈꾸는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지혜는 관계 속에서도 빛났다. 팀전에서 그가 말했던 “팀전은 같이 잘해야 같이 올라간다. 친구야, 싸우지 말자, 욕하지 말자.” 이 투박하고 다정한 말은 단순히 갈등을 피하자는 수사가 아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에너지를 뺏기지 말고, 우리가 마주한 본질에만 집중하자는 고수의 단호한 지혜다.

실력이 독선이 되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주변을 위축시키는 모습 대신, 날 선 감정이 부딪치는 순간에도 마음의 선을 지키는 여유로운 강인함.

그것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품격이었다.

결국 인생은 나 자신과 100번 마주하는 과정이며, 가끔은 척하느라 고단했던 나를 다독이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강록 요리사가 보여준 겸손과 끈기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금 내 가슴에 새겨주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기보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자리를 지키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낮은 자세를 잃지 않는 것.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의 온기가 결국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증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인터뷰를 끝까지 보고 나니 그의 담담한 진심과 묵직한 삶의 태도에 조금씩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도 그처럼 세상이 정한 속도나 화려한 포장에 휘둘리지 않고, 조용히 내 선을 지키며 걷는 그 길에서 나만의 100번을 묵묵히 쌓아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흑백요리사》가 남긴 질문: 어떤 어른으로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