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Note] 건강이 최고다.

CES 2026 참관기 그 이후: 무너진 몸이 던진 리부트(Reboot)

by 에디터 엉클신

라스베이거스의 사막은 건조했고, 전시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세계 최대의 기술 박람회인 CES 2026 현장에서 메인 도슨트로 활약하며 보낸 열흘. 매일 밤 이어진 긴장 섞인 뒤풀이와 '성공적인 출장'이라는 고취된 기분은 제 면역력이 깎여나가는 소리를 잠재웠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체력이 무한할 것이라 믿는 오만한 기획자였습니다.


하지만 귀국과 동시에 제 몸은 '강제 시스템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1. 데이터가 보내온 레드 플래그

평소 스마트 워치로 내 몸의 수치를 확인하는 것을 즐기는 저에게, 기기는 가장 먼저 경고를 보냈습니다.


열이 오르자 안정 시 심박수는 평소보다 20 bpm 이상 치솟았고, 스트레스 지수는 며칠째 최고 구간에서 내려올 줄 몰랐습니다.


처음엔 그저 약한 감기와 지독한 시차 적응인 줄 알았습니다. 달콤한 간식과 약국 감기약으로 버티며 가동을 강행했죠.


하지만 결국 판정은 'A형 독감'. 동네 병원 구석의 베드에 누워 수액이 혈관을 타고 흐를 때쯤에야 깨달았습니다. 제 몸은 이미 푹 절은 스펀지처럼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는 것을요.


2. 마스크를 쓴 '방패'의 고독

며칠의 투병, 독감이 지나간 자리에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은 '부비동염(축농증)'이었습니다. 머리는 무겁고 코는 막히는 고통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집 안에서의 '자발적 고립'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제가 병마를 옮기는 통로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꽉 조여 매고 사랑하는 반려견의 반김조차 멀리서 지켜봐야 했던 시간. 가족의 방패가 되어야 할 보호자가 아플 때 느끼는 감정은 육체적 통증보다 깊은 '미안함'과 '고독'이었습니다.


3. 장기 전략은 세우면서, 내 몸의 전략은 없었다

회사에서 기획자로서 저는 늘 5년, 10년 뒤의 장기 제품 전략을 고민합니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바꿀지, 어떤 제품이 시장을 선점할지 치열하게 시나리오를 짰죠. 하지만 정작 제 몸이라는 하드웨어가 번아웃으로 타들어 가는 시나리오는 제 계획에 없었습니다.


항생제 뭉치와 함께 간 보호 영양제를 챙기며 깊이 반성했습니다. 먼 미래의 혁신적인 기술보다 중요한 건, 오늘 밤 가족과 함께 마스크 없이 마주 앉아 웃을 수 있는 건강한 신체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4. 다시 흐르는 재즈, 진정한 리부트

강제적인 휴식과 충분한 수면 덕분에 조금씩 세상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회복을 위해 제가 선택한 마지막 도구는 약뿐만이 아닙니다.


작은 내방의 오디오의 전원을 넣고 평소 좋아하던 재즈 한 조각을 올립니다. 투명한 트럼펫 소리가 공기를 채울 때 비로소 제 시스템도 정상 궤도로 리부트 되는 기분이 듭니다. 화려한 로봇들이 세상을 바꾸더라도,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삶을 향유하는 건 결국 이 아날로그 한 육체니까요.


이제 제 인생 전략 리스트의 최상단에는 '나 자신에 대한 예우'라는 항목이 굵게 자리 잡았습니다.


추가 한문단 : 여러분의 하드웨어는 안녕하신가요?

기술의 진보보다 먼저, 여러분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연초가 되시길 바랍니다.


"건강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여러분만의 '리부트' 방식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