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듣는 순간 우리를 미지의 우주로, 혹은 고대의 유적지로 달리게 만드는 '심장의 지휘자'를 만날 차례니까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사는 이 사람의 악보 위에서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 가장 용감한 친구였던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입니다.
1. 고고학자를 꿈꾸게 만든 나팔소리
저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장래 희망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고고학자'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페도라를 쓰고 채찍을 든 그 남자, <인디아나 존스> 때문이었죠.
사실 현실의 고고학은 붓으로 먼지를 터는 지루한 싸움이라는 것을 다 커서야 알았지만, 존 윌리엄스의 'The Raiders March'가 깔리는 순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이 됩니다.
그 웅장한 트럼펫 소리를 듣고 가슴 뛰지 않을 소년이 있었을까요? 주인공이 절벽 끝에 매달려도, 우리는 안심했습니다. 이 테마곡이 흐르는 한, 영웅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으니까요.
그는 음악으로 우리에게 '용기'라는 감정을 주입했습니다.
2. 두 개의 음표가 만든 공포, 그리고 우주
존 윌리엄스는 '단순함의 미학'을 아는 천재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Jaws)>를 기억하시나요? 거대한 상어가 다가올 때, 그는 복잡한 악기 대신 단 두 개의 음(E-F)을 반복합니다.
"빠-밤, 빠-밤..."
점점 빨라지는 이 저음의 반복만으로 전 세계 관객은 물속에 발을 담그기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스타워즈(Star Wars)>에서는 어떤가요?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갈 때 터져 나오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팡파르는 우리를 단 1초 만에 광활한 우주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다스 베이더가 등장할 때의 위압감, 요다가 등장할 때의 신비로움. 그는 보이지 않는 공기(음악)를 조각해 캐릭터를 창조해 냅니다.
3. 거장의 집 앞, 소년의 트럼펫
몇 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던 짧은 영상을 보신 적 있나요?
두명의 소년 팬이 존 윌리엄스의 집 앞에 찾아가 트럼펫으로 스타워즈 테마를 연주합니다. 무례해 보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백발의 거장이 걸어 나옵니다.
그는 화를 내는 대신,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팬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악수를 건넵니다.
자신이 만든 음악을 사랑해 준 사람에 대한 존중. 그 짧은 영상이 주는 울림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습니다. 그가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곡가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예술가임을 증명한 장면이었죠.
4. 오케스트라, 가장 화려한 특수효과
지금은 컴퓨터로 음악을 찍어내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존 윌리엄스는 여전히 '오케스트라'의 힘을 믿습니다.
수십 명의 연주자가 호흡을 맞춰 뿜어내는 웅장한 사운드는, 그 어떤 컴퓨터 그래픽 특수 효과보다 강력한 '청각적 스펙터클'을 만들어냅니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오케스트라로 '내면의 슬픔'을 그렸다면, 존 윌리엄스는 오케스트라로 '외부의 거대한 세계'를 건축했습니다.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E.T.의 자전거는 날지 못했을 것이고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는 나무 막대기에 불과했을 겁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2016년 존 윌리엄스가 미국영화연구소(AFI)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할 당시의 헌사를 인용했습니다.)
5. 마치며 : 영원한 우리의 대장님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압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살기엔 세상이 너무 팍팍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출근길, 이어폰에서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꽉 막힌 도로는 다시 모험의 무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