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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 Oct 15. 2024

부모님과 화해하기

오은영의 화해

우리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교 때 이혼 하셨다. 부모님의 이혼은 나의 실패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원치 않았고 어떻게든 막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었으니까. 이 실패의 상처는 꽤 여러 해 동안 나를 괴롭혔다. 문제는 노력하지 않는 아빠에게 있었지만 애꿎은 엄마에게 알 수 없는, 애증과도 비슷한 감정이 커져왔다.


많은 딸들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방적으로 아주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는 문제 말이다. 불쌍히 여기다가도 분노가 차오르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가도 아주 멀리하고 싶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부모님의 이혼은 나의 실패였다. 어떻게든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벌었고 집을 지켰고 사이에서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혼이라니, 결국 끊어질 사람들을 부여잡고 있었던 내가 바보 같았고 그 뒤로 부모님과 점점 거리를 두었다.


대학교를 가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혼자 사는 것은 자유로웠다. 그 누구도 내 생각을 방해하지 않았다. 과거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랐고 단순히 떠올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감정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졸업을 앞두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애증이란 감정은 점점 커졌다. 이 감정은 참 다루기 어려웠다. 나를 위해 노력해 온 엄마를 생각하면 이런 마음은 가지면 안 되는 건데 나는 자꾸만 학생이었던 그때로 돌아가 내가 힘든 건 왜 몰라줬느냐고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당신 앞에서 나는 어른이어야 하는지 자식이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오은영의 화해, 이 책을 기점으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책의 주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오은영박사님의 조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은 부모인 동시에 자식이다. 자식으로서 받은 상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부모로서 자식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상처에서 파생된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흘려보내는지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단순히 부모, 자식을 떠나서 인생 전반에 관한 책이다.


요점은 서로를 별개의 인간이고 별개의 삶을 가진다는 것에 있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부모님의 이혼을 나의 실패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패의 상처에 완전히 매몰되어 하루 종일 상처만 바라봤다.


어린 나였다면 엄마가 들어줄 때까지 아프다고 울고만 있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성인이 되었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고 나을 때까지 인내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다.


가족들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바보 같은 짓이 아니었다고 나는 최선을 다했고 그때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니 이제 그 실패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다독여 줄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어떤 상처와 문제에 대해 꼭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하소연해야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상처를 줬네 어쩌네 따져봤자 결국 이 상처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기억하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부모님을 바라보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괜찮아. 스스로를 향한 말 한마디로 나는 정말 괜찮아졌다. 지금은 누가 보면 버르장머리 없다고 할 정도로 부모님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오히려 버르장머리 있게 대하면 부모님이 질색한다. 


특히 엄마랑은 단 둘이 살다 보니 거의 단짝 친구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엄마도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혼이라는 부모의 실패는 더 이상 나의 실패가 아니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삶이 있고 나는 나의 삶이 있다. 비록 우리가 과거에 상처를 주고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들을 사랑한다.


모두가 과거에서 벗어나 오늘을 또 내일을 살아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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