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끝없는 방황기
시작
시작이 항상 어렵듯 글을 쓰다 보면 차츰 익숙해질 거라 믿으며 왠지 모를 허세가 들어간 건 아닌지, 내가 그렇게 탈피하고 싶은 ‘보이는 삶’에 대한 집착이 또 시작되는 건 아닌지 걱정은 되어도 무겁지만 가볍게 첫 글을 써본다.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일기장이 끝을 보이기에 새로운 일기장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점,
예민한 나는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회사를 안 나가는 날부터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를 결정하게 됐고,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나와 비슷한 성향, 생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도 위안을 많이 받았다.
남의 눈치를 참으로 많이 보는 사람이라 남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생각하고, 때로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SNS에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것 같은 사진을 올릴까 고민도 하고 시간낭비도 참 많이 했는데
(물론 SNS를 통해 오랜만에 친구와 다시 연락하게 되거나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퇴사 결정을 하며, 아직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브런치 글들이 너무 공감이 되고 위안이 되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눈이 빡빡해지도록 글을 읽다 보니 점차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SNS도 끊게 되었다.
이렇게 SNS를 끊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면 느끼한 문장이나 허세 가득한 글로 내 일기장이 채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일기는 그냥 내 일기장에만 쓰고 나 혼자 간직하려 했다. 대신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에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오늘, 마음도 성향도 잘 맞아 슬럼프에 빠진 인생에 어떻게든 뭐라도 활기를 불어넣어보려 2018년 12월 전까지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발간하자고 약속했던 친구와 제2의 인생을 설계해보자며 작당 모의를 마치고 돌아와서 마치 자기 전 치르는 의식처럼 브런치를 읽고, 일기를 쓰고 자려다 우연히 한 작가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었던 오늘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유의미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블로거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그들이 일기를 꼭 일기장에만 담아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망설이고 있었던 내게 용기를 주었고, 감사했다.
덕분에 내가 브런치 첫 글을 무거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쿨한 척 쓰게 되었으니까.
퇴사를 앞두고 새벽까지 수많은 브런치 글과 블로그를 뒤지고 정보를 얻는 내게 사실 거창한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하기보다 그들의 일상생활이 어떠한지, 그들의 삶의 철학을 엿보면서 소소한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어가고 있었기에 언젠가, 누군가에게 글솜씨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랩 같은
글이더라도 내 일상이, 내 생각이 아주 조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삶의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 중, 친구가 퇴사를 주제로 한 책을 보니 모두 계획을 갖고 퇴사를 하였거나 아니면 애초에 재능이 있어서 결국엔 퇴사 후 재능을 찾아 새로운 삶을 사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답했다. “그럼 내가 계획 없이 퇴사한 첫 사람이 되어볼게. 내가 모든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말해줄 테니 일단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어ㅋㅋㅋ.” 브런치에는 다행히도? 나처럼 정말 아무 계획 없이 퇴사한 분들의 얘기가 생각보다 많다.
퇴사 얘기의 공통점은 퇴사 후 비로소 나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면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말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보다 한국 사회의 경쟁구도나 꼰대 문화, 보여주기 식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는, 철없고 아직 인생의 쓴맛을 못 느껴본 20대라서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아등바등 “버티며” 살아왔으면 이토록 퇴사 얘기가 많을까 생각했다.
남은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은 첫 글이니 무리하지 않아야겠다. 결국 잘하려고, 완벽히 해내려고, 상사에게 예쁨 받으려고, 인정받으려고 자의적•타의적 워커홀릭이 되어 무리한 결과 퇴사 통보를 했는데도 여전히 샤워할 때마다 아직 끝내고 오지 못한 일이 생각나고, 월요일 아침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는 사람이 돼버리지 않았는가..
이젠 그래서 다른 사람 눈치 보며, 다른 사람 비위 맞추며,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살고,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나를 찾는 ‘journey’를 기록해나가고자 한다. ‘journey’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짧고 관광 목적인 ‘trip’과 달리 ‘멀리 가는 여행’이다. 나를 찾는 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기에 지금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