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바잉을 하는 기준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쉽게는 우리가 옷을 입을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코트가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재킷이 어깨가 너무 넓거나 좁아 비율이 안 맞지는 않는지,
안감이 있는지 없는지,
니트는 입었을 때 소재가 따갑지는 않은지,
데님팬츠는 지퍼인지 버튼인지 (대부분 지퍼를 선호한다)
롱스커트는 트임이 있어 활동에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얇은 원피스는 슬립이 같이 와야 하고 등등
옷을 실제로 입어보고 만져보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2년여간 해외 출장은 모두 금지되었고,
(맞아요 아직도 코로나 시기임) 옷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단절되었다. 여성복은 남성복에 비해 카테고리도 다양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조금 더 많아서 사실 옷을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브랜드들과 바이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를 타파할 방법을 찾아갔다.
기존에도 라인시트(차 시즌 출시될 상품의 사진, 가격, 컬러 등 모든 정보를 기재하는 자료)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상품을 볼 수 없는 시기였기에 이 플랫폼에 들어가는 정보, 특히 사진이 굉장히 상세하고 디테일하게 업데이트되었다. 그리고 Zoom을 통해 매일 브랜드 세일즈와 콜을 하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옷에 대한 설명을 듣고 파악했다. 오더 볼륨이 큰 브랜드는 샘플을 보내주기도 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아 소재 스와치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바이어들은 기존 갖고 있는 데이터들에 온갖 집중력과 상상력을 더하여 오더를 넣었다.
모든 바잉을 버츄얼로 진행한 첫 시즌, 6개월 후 오더한 스타일들이 하나하나 들어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이게 이런 옷이었어??”하는 경우도 많았다. 큰일 났다 싶었지만 코로나 시기에 내수 소비가 폭발하면서 의외로 높은 판매율울 보였다. 그리고 매 시즌 이 버츄얼 오더에 조금씩 적응하고 도가 트면서 어느새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갔다. 이가 없으니 잇몸 풀가동 그 자체였달까.
정상적인 바잉 출장을 다시 재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 와중에 코로나 시기에 극비리에 출장을 가게되는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