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골목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산다.
고양이가 사는 골목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느릿느릿 산책하던 고양이를 좇다가 마주한 골목 모퉁이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자그마한 그릇에는 오래되지 않은 사료가 소담히 담겨 있었고, 비닐로 만들어진 출입문은 빨래집게로 단단히 여며져 있었다.
햇볕에 앉아 잠시 쉬고 있으려니 비닐문 틈으로 스르륵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온다. 생기 넘치고 건강한 수염을 가진,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한 녀석이었는데, 우리가 옆에 있든지 말든지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좁은 집안이 답답했다는 듯 길고 천천히 기지개를 펴는데 그 모습을 본 앞집의 할머니가 고양이밥을 들고 잰 걸음으로 다가온다. 할머니는 거의 쫓아내다시피 녀석을 닥달하여 다시 집 안으로 들이는데, 열린 문틈으로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가 수 마리나 들어있다. 새끼의 곁을 떠나지 말라는 조금 과격한 배려였음을 그제서야 알았다.
이렇게 어린 고양이는 난생 처음 보았다. 발을 구르고 꺅꺅대며 호들갑을 떨어대니 할머니는 손짓발짓으로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는데, 5와 7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시는 걸 보니 5일 된 아기 고양이가 7마리이거나, 7일 된 아기 고양이가 5마리인 듯 했다. 문을 연 김에 청소도 시작하는데 그 손짓이 꽤나 매섭다. 거의 납치하다시피 새끼를 한 마리씩 낚아챈 후 바닥을 쓸어내고 다시 어미의 품에 놓아주는데 그 때마다 어미는 의연한 척 하면서도 야유하듯 작게 냥냥거렸다. 새끼가 사람의 손을 타는데도 이렇게나 경계하지 않는 어미 고양이도 처음 보았다.
할머니의 집 앞에는 왠지 남성미가 진하게 흐르는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었는데, 혹시 쟤가 아비냐고 물으니 의뭉스럽게 껄껄 웃으며 왼쪽 엄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 오른손바닥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마드레미아...
어쨌거나 고양이를 따라 걷는 일은 거의 언제나 옳다. 아내와 나의 여행에서는 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