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비야프랑카데비에르소 - 오세브레이로
일찍 눈이 떠졌다. 오늘은 상당히 긴 하루가 될 것이라고 배낭을 싸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로 맛이 없는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어제보다 조금은 익숙하게 이정표를 찾으며 도시를 빠져나왔다. 노란 화살표는 계곡 사이로 휘어져 들어가는 국도변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일출이 시작된지 꽤 지난 시간이었지만 산그늘 사이는 제법 쌀쌀했고, 태양은 골짜기 깊은 곳까지 아직 닿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농작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서늘한 아스팔트길은 초보 순례자에게도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가끔씩 경쾌한 엔진소리를 뿌리며 달려나가는 차들을 보면, 내가 왜 여기를 걷고 있는지 잠깐잠깐 의문이 들었다.
아침을 대충 먹은지라, 걸은지 두 시간도 채 되기 전에 배가 고파졌는데 마침 '라면과 김치 있어요'라고 입간판을 내어놓은, 태극기가 걸린 식당을 발견했다. 반갑기도 했지만 까미노 이틀차에 먹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음식인 것 같아 주머니 속 초콜릿을 우겨넣으며 허기를 달래는데, 식당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등산스틱을 멀찍이 세워두고 가까이 다가가니 이놈은 도망가기는 커녕 지가 먼저 머리를 부비부비 들이민다. 사람 손이 그리웠던건지 그저 심심했던건지 내버려두면 무릎에라도 뛰어올라올 기세다. 뭐라도 주고 싶었는데 고양이가 먹기에 마땅한 것이 없어 몇 번이나 미안해, 라고 이야기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도로변을 따라 지루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방목 중인 양떼가 보인다. 몇몇 큰 양들의 목에 커다란 방울이 달려 있어, 그들의 걸음마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딸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