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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Aug 07. 2016

반바지를 입고(2)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그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혹은 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잘못된 방법으로 시스템을 악용하게 된다면 더 이상 그 시스템은 "좋다"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살면서 한두 번 혹은 여러 번 경험했지만 매번 구조적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늦은 저녁 라면을 먹기 직전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먹기 직전까지 우리는 라면의 그 맛을 갈망하지만 막상 먹고 나면 내가 아는 맛과 점점 차오르는 포만감에 다시 후회하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유러피언 스타일


외국에 나가서 일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있어서 아메리칸 스타일은 능력에 따른 보상, 스카우트, 보장되지 않는 고용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유러피언 스타일이라는 것은 적은 근무시간과 많은 휴가일수 정도가 전부이다.  그리고 더 깊은 마음속에는 그들이 우리보다 선진 문화를 갖고 있으며 우리가 일하는 이 환경은 언젠가 그들을 닮아 가야 하는, 지향점에 있는 그 어떤 것이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주 5일 제도를 실시하고 더 긴 휴가를 보장하고 삶과 일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 또한 이런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긴 시간 회사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입사 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있다면, 출근과 퇴근에 대한 개념이다. 내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출근시간이라는 것은 일률적이었기 때문에 Rush hour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꽉 막힌 도로가, 사람들로 붐비는 회사 정문이 생각났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자율 출근제를 실시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 이제는 자율 출퇴근제까지 실시하고 있는터라 저녁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금요일 오후 시간도 여행 스케줄에 포함시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만큼 우리에겐 시간에 대한 '자율성'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눈치성 잔업을 줄이고, 각자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근무시간에는 집중해서 일하고 시간을 아껴서 자신의 삶을 돌보자! 늘 회사에서 듣는 이야기다. 실제로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한 후에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보이고, 회사 내 동호회들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시간의 노예가 되어 근태 시스템의 감시망을 피해 퇴근시간만 기다리며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가끔은 두 손으로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에게 있어서 회사는 버티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좋은 시스템을 가져다 도임을 한다 해도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주어진 시간의 주인으로 살던 사람은 새로운 시스템 안에서도 그렇게 살 확률이 높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대의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 한 걸음 더 나가서, 게으름을 떠나 잔머리를 굴려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자유를 회사를 등쳐먹는 데 사용하기 딱 좋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인사제도의 도입


근태만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우리에게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대적인 설명회가 열렸고, 우리는 인사제도의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토론을 했으며, 단 한순간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1년, 혹은 2년의 시간을 두고 준비하며 바꿔갈 것이라는 회사의 입장에 대해서 대부분은 긍정의 태도로 반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위에 있어야 할 것은 우리 각자가 가져야 할 주인의식이 아닐까? 스스로가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서 뿐만 아니라 회사 내 삶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새로운 인사제도도 연착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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