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이 쌓이기 시작하면
평소에 하지 않던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하루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만큼 욕을 많이 먹는 종교가 있을까?
다들 조심스럽게 나에게(내가 예수쟁이라서..) 기독교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고,
나는 아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설명했다.
설명 중에 이해가 되지 않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물어보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강하게 반발을 하거나, 반론을 펼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그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또 하루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문제라는 인식
그리고 젠더이슈로까지 확장되었다.
앞선 자리에서 나눴던 종교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고조된 분위기의 대화가 오갔다.
한쪽은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나는 내가 가해자가 아님을 변론해야 했다.
내가 왜 육아 경험조차 없는 사람에게
강경한 페미니스트들이 쏟아낼 듯한 발언을 들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그 사람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묻고 싶다.
과연 자신의 의견이라는 것을 형성하는 과정이 어떠한지를,
경험, 문헌, 뉴스, 인터넷, 대화, 그중에 도대체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묻고 싶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적다.
대부분 다른 사람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입으로 전할 뿐이다.
이것은 비단,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삼에 대한 가치, 더 나아가서는 음식에 대한 맛 평가 같은 선호도에 대해서도
스스로 판단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