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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May 10. 2016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되고 싶다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획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오늘은 뭐하고 놀지?"


"비알레띠 매장이나 가볼까?"


"그래!"


아침이 밝았기에 우리가 침대에서 나눈 대화이다. 서두르지도 않고 느긋하게 차례대로 준비한 다음 호텔 조식을 먹는다. 아내가 준비하는 동안 창문을 열고 호텔 발코니에 나가보니 이미 밖은 따뜻한 햇살이 제법 강했다. 바람이 차갑기보단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을 보니 이제 진짜 봄이 왔나 보다.

호텔 바깥 풍경

로마와 피렌체는 높은 건물이 많이 없어서 참 좋다. 특히 피렌체는 두오모가 있는 성당 건물과 종탑 몇 개를 빼고 나면 높은 건물이 아예 없다. 그래서 하늘을 보기가 참 좋고, 어디를 가도 햇볕이 참 잘 든다. 건물 사이사이에 나 있는 길을 걸어갈 때도 고개만 돌리면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 일상의 공간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평소와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피렌체의 전경,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


여행지에서의 여유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간에 대한 여유가 생기고 나면 어떤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매 순간을 긴장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되면 내가 선택한 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지나치는 모든 사건과 사물들을 허투루 보지 않는 집중력이 생긴다.

자전거를 타는 노신사 @ Rome

위 사진은 로마에서 길을 걷다가 순간적으로 찍은 사진이다. 나는 로마의 저 돌로 만든 도로가 참 신기했다.(서울시에서 비슷한 도로를 광화문 앞에 재현하려다 비 온 뒤 홍수가 났던 기억이 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저 도로 위로 태연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노신사. 분명히 수백 년 전 누군가는 저 도로 위를 말을 타고 달렸을 것이다. 저기 멀리 보이는 쿠폴라 또한 그 자리를 수백 년은 지켰을 것이란 말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이런 감상들이 한 번에 몰려와서 찍은 사진이다.


내가 이런 감상적인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있을까?


여행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유로운 여행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로마에 와 있더라도 봐야 할 것이 많고, 먹어야 할 것들이 많다면 그럴 수 없다. 여유로운 여행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늘 여행의 목표를 '많이'나 '효율적'에 두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되도록 그곳에 살던 사람처럼 지내다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길을 걸으면서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게 참 많아"


"그렇지 방금 보고 나온 카라바조의 그림도 공짜로 막 볼 수 있잖아"


"그러게 이 모든 것을 그냥 누리고 살아가다니.. 부러워"


그러던 중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갔다.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이쯤 되면 저 사진이 뭐가 그리 대단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나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사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의 순간이 재현된다. 한 마디로 여행의 여운이 길게 남도록 도와주는 사진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는 이렇게 조언해주고 싶다.


모든 시간을 '계획'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고 하지 말라.

적절한 여유가 무모한 계획보다 훨씬 더 여운이 남는 추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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