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May 10. 2016

혼자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의 '행복' 이야기

나홀로 뉴질랜드,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나를 돌아보다.

와카호로, 호주 커플과의 대화.

호수로 가는 길에 높은 울타리를 넘어야 하는 곳이 있어서 한숨을 쉬는데 한 호주커플이 올라오고 있어서 마주치게 됐다. 호주커플 아담이 어디서 왔냐고 여태까지 우리 같은 버스에서 말 한번 안했다고 소개 좀 해보자고 아주 당당하게 말을 걸길 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국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남북한 모두 너무 가보고 싶다고 했다. 예상 밖으로 그날부터 아담, 애슐리 커플과 굉장히 친해졌다. 이 커플은 결혼 10년차라며 둘 다 여행과 사진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임금체불을 겪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중이라고 했더니 아담은 변호사였는데 부모님이 원하는 일이었지만 좋아하는 일이 하고 싶어서 과감히 그만뒀다고 한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아주 작은 곳이었지만 너무 재밌었단다. 지금은 정책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데 잘 맞는다고 했다.

애슐리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 하고 있는데 잘 맞고 둘이 블로그도 운영한다고 한다.

둘다 호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탈리안이라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이 커플은 몇년전 부터 유기농 음식만 먹기 시작했고 건강한 음식만 먹기로 한 약속은 꼭 지키고 있다고 한다. 건강을 많이 생각하고 커피대신 차를 마시는 편이며 술은 싫어해서 아주 가끔 와인한잔씩만 하는 정도라고 했다. 정말 보기 좋았다.

애슐리가 늦잠을 자면 아담이 아침을 준비하고 차도 끓여 준다. 집안일도 함께 한다고 하고 대부분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좋은 대화도 많이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진짜 행복한 결혼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두 커플은 친구들 모임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하는데 굉장히 행복해보였다. 내가 여태 본 커플들과는 다른 그런 느낌이었다.

인연이란?

배우자를 찾을 때 배경을 보고 조건을 생각하게 되고 현실에 얽매이게 될 때도 있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현실보다는 진짜 삶이 뭔지 진짜 행복이 뭔지에 더 눈을 뜨게 된다.



Lodge에서 같은 방을 썼던 스위스 여자애 에지도 금융업계에서 일을 했는데야근이 많고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일을 그만두고 호주에서 단기 어학연수를 마치고 10개월째 여행 중이라고 한다. 지금 혼자 여행하고 있는데 지치거나 외롭지도 않고 그저 행복하고 즐겁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서 뭘 할지에 대한 고민은 안한다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길 뿐이라고 했다.



Lake Aniwhenua숙소에서 진행하는 팔찌 만들기를 했다. 마오리족 3대가 함께 살며 운영하는 숙소인데 모두가 활짝 웃으며 땀흘리며 공놀이를 하고 있거나 칵테일을 만들며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먼저 주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모두 가족이냐고 물어보며 행복해 보인다고 했더니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면서 자기한텐 아무것도 필요없고 그냥 가족들이 전부라고 한다.


Raglan에서 머문 숙소에서 일하는 한 요가강사에게 나와 독일친구, 스콧랜드 친구는 요가클래스를 듣게 됐다. 요가 강사는 미국에서 온 30대 초반 여자였고 인턴프로그램같은 걸로 왔다가 뉴질랜드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든 비자를 연장해서 더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뉴질랜드에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했다. 요가 매트 몇 개와 음악만 있으면 자기 사무실이 된다며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모든 게 좋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걸어온 삶과 지금 걷고 있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됐다. 행복이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걸 왜 잊고 있었나 싶었다. 요가를 하러 한참을 걸어갔는데 아까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꼭 한번 올라가 보고 싶었던 view point가 나왔다. 우리가 오늘 저곳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한다는 것에 다 같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요가 매트를 각자 하나씩 깔았다. 요가 강사가 틀어준 음악으로 다 같이 요가를 했다.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호흡을 내쉬며 몸을 푸는데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예쁜 구름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까지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들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이런게 행복일까?


같은 방을 썼던 스콧랜드 여자애는 여행이 너무 좋다고 한다. 음악이 나올 때마다 갑자기 춤을 추고 키도 작은데 사람만한 트렁크를 업고 다닌다. 좋은경험이 될 숙소지만 매우 춥고 벌레가 많아서 걱정이었던 나와 달리 "Looks cute!"을 계속 외치며 신나서 사진을 찍는다. 샤워를 하면서도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행복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행복', 별거 없는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닮고, 시를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