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함을 노래하다.
스나바나벨라골라 (인도)
상상지도 못한 상상지도 속
엘도라도를 찾아 간다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
그곳이 어딘지
아는 사람도 가는 길도 모르지만
그것은 존재만으로 충분한 희망이다
하늘을 날고 물을 건너 땅을 밟고
헤메이고 헤이다가
어딘지도 모를 어딘지도 에서
엘도라도를 찾아 왔다
화려함이 가득할것 같았던
소박한 보물상자엔
보석보다도 더 귀한 미소가 있었고
소담히 쌓인 행복이 가득 넘쳐 흘렀다
그렇게 멀지 않은곳에
엘도라도는
내마음속에 나였는 지도 모르겠다
본의 아니게 지도에도 없고 외국인도 한 명도 없는 시모가 타운이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얼마나 이방인이 없었으면 경찰에 검문검색을 받았고 공적인것 보다 사적인 말이 많던 그 경찰관의 강력 추천을 받아 가게 된 곳이 스나바나벨라골라다. 여느 여행 때보다 더 느낌 가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정말 멋진 일이 많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가 만들어지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계획 된듯한 여행이 이어지니 말이다.
늦은 오전. 시모가 타운에서 움직이긴 할련지 의심스러운 로컬버스를 탔다. 4시간쯤 달리고선 지명조차 알 수 없는 곳에서 다시금 더 낡은 버스로 환승을 했다. 눈이 빠져라 쳐다본다. 어딜 가나 이방인은 신기하거나 신선하거나. 인도 특유의 묘한 눈빛들은 부담스럽지만 호기심 어린 선함이 베여 있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으려 거니는데, 참 부담스러울 만큼 빤히도 바라본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살짝 미소를 짓는 것뿐이다. 흔하디 흔한 숙소 하나도 보이질 않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숙소를 찾으려 보통 같았으면 한참을 걸었을텐데 걷지도 헤매지도 않았다.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한 바퀴를 훌쩍 돌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럴땐 망서리지 말고 짜이집으로 가면된다. 인도에서 터득한 최고의 방법이다. 버스던 기차던 내리면 릭샤를 피해 제일 가까운 짜이집으로 향해 우선 짜이 한잔을 시키고 궁금한걸 물어보면 거기있는 모든 인도인들이 모두가 달려들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르쳐준다는 것. 길뿐만 아니라 저렴한 숙소, 릭샤 비용까지도 말이다.
그렇게 언제나처럼 짜이집으로 향했다. 짜이 한잔을 시켰는데.. 감히 인도 전역을 통틀어서 여기가 제일 맛이 있다에 오른 손목을 걸겠다.
짜이맛에 여기에 온 이유를 잠시 잊었다. 짜이를 한잔 더 시키고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숙소의 위치 좀 알 수 있겠냐고 물으니 자인교라는 종교 단체에서 이곳에 모든 숙소를 관리를 한다고 했다. 무슨 사이비 종교단체의 본관으로 온듯한 기분은 왜일까. 꽃보다 할배들의 말씀대로 숙소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커다란 펜션단지처럼.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굉장히 커다란 건물을 통째로 쓰게 됐다. 커다란 방, 높은 천정, 그 가운데 딸랑 침대 하나, 온통 흰색의 페인트칠이 되어 폐쇄병동 생각을 안할 수 가 없었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무서운 숙소를 나오니 한결 가벼운 어깨와 마음으로 나서니 세상이 아름답다. 내려놓음이란 이런 것.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러운 방에서 죽은 듯 자고 일어났다. 장기가 있는지 확인을 먼저 했다는 게 맞겠다. 전날밤 무슨 일이 있어도 썬라이즈를 보겠다 다짐하고 다짐을 했건만 무언가를 계획하면 아이러니하게 꼭 비껴갔다. 벌써 올라선 태양은 내려올 마음이 없다.
돌산에 오르기전에 신발 때문에 작은 다툼이 었는데 지나고 보니 별것도 아니더라. 오름직한 동산 정도의 바위산 정상. 하늘엔 독수리가 낮게 날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얼마 되지 않는 높이지만. 성취감이란 늘 한 단계 올려다 준다. 시작은 불편하고 불쾌했지만 그 끝은 마음이 훨씬 편하고 상쾌해졌으니 그걸로 된 거지 결국엔 좋아해질 것을 의심하고 화내고 스스로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여긴 인도지 한국이 아니다 우리네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매력이 있지 않은가 웃자 웃으면 이 미친 인도도 나를 항해 더 크게 웃어 줄지도 모르니 낮은 돌산 하나 올랐다고 배가 고프긴 한데 이 작은 마을에 식당 하나 보지 않는다. 있는데 못 찾는 건지 어제처럼 식당인데 공장인 줄 알고 지나쳤는지도 지극히 단순한 걱정거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의식주 중에 첫번째 의에 해당하는 테일러샵과 이발소가 두 집 걸러 한 집이다 2평도 되지 않는 곳에서 면도를 하고 옷을 재단하고 짜이를 팔고 과일을 판다. 소박하나 전혀 불편해 보이지도 가난이 불행해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네랑은 조금 다른 정서. 더 큰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직장.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 보다 더 때문에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란 건 말이다 소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줄 알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더 큰 감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작은 동네 산책 한걸음 한걸음마다 사색과 반성이 잔뜩 묻어났다.
지나치다가 볼때라치면 늘 웃어주시던 아주머니 힌디로 뭐라 하시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오늘 찍은 사진을 보자고 그리곤 다시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시길래 간단한 사용설명을 해주고 카메라를 목게 걸어드리니 얼마간 이곳저곳을 찍는 듯 분주해 보였다. 그러길 10여분. 웃으며 다시 건네받은 카메라엔 단 한 장의 사진도 없었다. 단순히 카메라가 신기했던 건지 뷰파인더의 풍경이 일상의 풍경보다 더 예뻐 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주머니의 사진은 가슴속에서 인화되어 있을 것 같다.
일몰. 해가 넘어가는 반대 방향이라 붉은빛도 한번 보질 못했지만 괜찮은 음악을 틀어 놓고 잠시 누워 올려다 본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큰집을 가진듯 넉넉했고 편안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혹시 커피집일까 당연히 짜이집이다. 어린 총각과 늙은 할배들이 모여 행복한 수다를 나누고 있다.다들 나이에 상관없이 다 친구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유일하게 나이에 민감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지 않을까 여태껏 다닌 나라들과 만난 친구들을 볼 때면 좋고 친해짐엔 나이와 국적은 불문했고 소통의 장벽은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짜이 한잔과 담배를 나눠 피는데 친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별로 한 게 없는대도 하루가 참 짧고, 많이 걸었지만 힘들지 않았고, 별로 본 게 없지만 많이 봤고, 먹은 게 없지만 배가 불렀다. 정신적인 포만감이 육체적이 허기짐을 지배하는 여기가 엘도라도. 스나바나벨라골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