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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10. 2016

내가 만난 행복한 여행자들의 흔한 모습

나홀로 뉴질랜드여행, 나혼자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의 '행복'이야기(1)

오클랜드 ‘노마드 호스텔’에서 만난 스웨덴 10대 소녀.

호스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지쳐 누워있는데 한 유럽여자애가 들어왔다.

스웨덴에서 왔다는 18살 소녀는 뉴질랜드의 한 농장에서 말 관리, 청소 등을 하며 3달을 지냈는데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미소를 띠었다. 무보수에 일이 힘들었으며 무엇보다 살이 7키로나 쪘다며 투덜댔지만 이상하게도 더 있고 싶다고 했다. 내가 프랑스 시골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했을 때 아무리 땡볕에 진흙탕 속에 들어가 삽질을 해도 행복했던 그때 그 열정을 저 아이가 느끼고 있는 걸까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과 같은 열정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우면서 열정있는 눈빛에 활기찬 스웨덴 여자애가 부러워지는 순간.


뉴질랜드 장어잡기, 무보수로 일하지만 행복하다는 독일 인턴생.

Lake Aniwhenua 숙소에서 진행하는 장어잡기(밤낚시) 액티비티를 신청했다.

장어잡기를 인도할 사람은 이 숙소에서 무보수로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 남학생이었다. 장어잡기를 신청한 사람은 나와 한 말레이시아 여자애 이렇게 둘 뿐이었다. 낚시하는 법을 알려준 뒤 장어잡기를 시작했지만 넓은 호수에 불빛하나 없이 어둡고 춥다보니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도 장어는 잡히지 않았고 랜턴에 수많은 벌레들이 달라 들었다. 장어가 잡혀서 끌어올리려고 하면 자꾸 달아나는걸 보니 낚싯줄이 아주 약했다. 그렇게 매번 놓치고 놓치다보니 시간이 지났다.

잠시 지쳐 의자에 앉아 독일 인턴생이랑 얘기를 나눴다.

독일인턴생은 3개월 동안 숙식만 무료로 제공받고 무보수로 이곳에서 일한다고 한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지만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서 예정보다 더 있고 싶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낚시를 좋아했는데 마침 뉴질랜드에서 장어잡기를 담당해서 이렇게 장어도 잡고 새로운 사람들이랑 만날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몇년 전 해외 봉사활동을 할 때 어떤 어려움에 닥칠 때 마다 걱정하거나 무서운게 아니라 오히려 즐기고 가슴뛰었던 그때. 그 순간이 떠올랐다.

경험은 우리 삶에 아주 값진 반면 경험 없이 아무것도 모를 때 뭐든지 더 즐기게 되며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 같다. 처음 배낭여행을 떠난 다는 것. 처음 여행중 길을 잃어 해결하는 과정. 처음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해본 다는 것. 처음 외국친구들과 요리도하고 생활해 보는 것 등. 그때 그 순간 어떤 일이든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었던건 '처음' 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순간 하늘 위를 올려다 보게됐다. 수북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빛나는 별을 보니 그냥 이유 없는 눈물이 흘렀다. 항상 앞이나 땅만 보고 지내왔던 그 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겪었던 많은 일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 이 넓은 땅에서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인데 왜 그렇게 아둥 바둥 타인과 그리고 나 자신과 싸우며 살아왔을까? 내게도 저런 평온한 모습을 찾아서 돌아가고 싶다.



마오리- 꿈에 대한 이야기.

마오리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마오리 문화를 체험하게 될 1박2일.

가장 먼저 마오리족의 전통 인사인 '홍이'를 한 뒤 인사말인 'Kia ora'를 외쳤다. 마오리족 문화도 배우고 함께 노래와 춤을 배워 공연도 하고 전통음식 '항이'를 먹었다. 저녁식사를 하며 노마즈(스트레이 버스)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여자애와 대화를 나눴다.워낙 진지한 대화를 좋아하는 나는 먼저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만족하는지와 꿈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 본능이 자꾸 튀어나온다. 게다가 내 진로와 삶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 여자애는 Tourism을 전공했고 뉴질랜드에서 3개월간 관광비자로 인턴쉽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도 잘 맞고 일이 너무 재밌는데 무엇보다 뉴질랜드가 너무 좋고 이곳에 있을때 여기가 내가 찾던 집이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는 사실 독일이 싫고 무엇보다 독일 사람들이 싫다고 한다. 잘 웃지도 않고 냉소적이고 자기랑 안맞는 것 같다고 한다.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때는 사람들이 너무 따뜻하고 친절하단 생각을 했다면서 비자를 어떻게든 연장시켜서 뉴질랜드에서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큰 개와 커피를 좋아하니까큰 개를 키우며 카페가 있는 호스텔을 운영하는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금 그 여자애 표정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걸 아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유독 독일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독일 여행객도 많았고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 청년들도 정말 많이 봤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모두가 동일하게 말하는 것이 '뉴질랜드'에 온 순간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인턴쉽을 하고 있는 청년들 중에 무보수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어떻게 해서든 비자를 연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행복하니까 더 있고 싶다고 했다. 이들도 내가 캐나다에 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평화로운 환경에 흠뻑 젖어 들었을 때 그런 기분과 같은 걸까?


저녁을 먹다가 버스 드라이버 위맨에게 지금 삶에 만족하는지 물어봤다.

위맨은 자기일이 좋고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매일 다른 삶이 펼쳐지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게 좋다고 했다. 홀리데이때 잠깐 가족, 친구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여기서 매일 여행하면서 지내는게 훨씬 만족스럽다고 했다.


요가클래스에 참여하다.

Raglan에서 머문 숙소에서 일하는 한 요가강사에게 나와 독일친구, 스콧랜드 친구는 요가클래스를 듣게 됐다. 요가 강사는 미국에서 온 30대 초반 여자였고 인턴프로그램같은 걸로 왔다가 뉴질랜드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든 비자를 연장해서 더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뉴질랜드에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했다. 요가 매트 몇 개와 음악만 있으면 자기 사무실이 된다며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모든 게 좋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걸어온 삶과 지금 걷고 있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됐다. 행복이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걸 왜 잊고 있었나 싶었다. 요가를 하러 한참을 걸어갔는데 아까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꼭 한번 올라가 보고 싶었던 view point가 나왔다. 우리가 오늘 저곳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한다는 것에 다 같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요가 매트를 각자 하나씩 깔았다. 요가 강사가 틀어준 음악으로 다 같이 요가를 했다.


내가 만난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은 큰 욕심이 없었고 그들 곁엔 '좋은 사람'이 함께였다.

게다가 항상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향하며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호흡을 내쉬었다.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예쁜 구름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까지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들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이런게 행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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