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혜 언더독스 크루
[언더독 다이어리]
언더독스 크루들이 사회혁신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며 쌓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제 2회 KT&G 상상 Summit D-5
지난 10월 22일 언더독스에 처음 합류하면서 첫 담당하게 된 KT&G 상상 Summit.
이제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주어진 재무적, 상황적 환경 속에서 가장 좋은 분들과 함께 지금 가장 필요할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해서 나름대로는 고민을 많이 하며, 몇 달을 신경 쓰며 준비한 행사.
무엇이 혁신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기획을 시작했고, 한 문장으로 멋진 정의를 내리는 것에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옳거니' 하는 혁신의 정의가 아니라 다양한 모양의 사회혁신에 대한 존중과 연대라는 개인적 결론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회혁신 생태계가 다양한 문제의식과 다양한 솔루션, 다양한 구성원들로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는 나름의 염원을 담아 준비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가장 비혁신적인 단어 속에서 다양한 혁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의 혁신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볼 수 있길. 혹은 내가 혁신이라고 정의 내리던 것을 다시 한 번 깨부수고 더 넓게 다방면으로 혁신에 대한 정의를 열어둘 수 있길. 정말 모시고 싶었던 분들이 너무 많아 모시고 싶었던 분들을 다 모시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동시에, 지금 모신 분들도 너무 모시고 싶었던 분들이라 아쉬움과 기대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귀한 시간 내어 참석해주시는 연사분들께서도, 객석에서 자리를 지키는 분들에게도, 아르바이트로 우연히 오게 되시는 분들도 충분히 그런 시간이길 - 내 손을 점점 더 떠나고 있는 이 KT&G 상상 Summit 의 안녕을 기도하며 해야지.
깜냥에 비해 잘하고 싶어서 행사를 앞두고 마음이 분주하고 엄청 조급하지만. 닫았던 사전 신청 링크를 잠시 다시 열자마자 참여를 신청해주시는 분들께, 부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감사한 마음으로 찬찬히 준비해봐야지. 앞으로 며칠 간의 나와 우리 팀, 그리고 함께 하시는 분들 모두 파이팅.
밤 감성에 푹 담가졌다 나온 티가 역력한 위 글은 KT&G 상상 Summit 5일 전 작성된 글이다.
언더독스를 떠올렸을 때 이미 언더독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흔히 창업 교육을 떠올린다. 입사와 함께 ‘행사’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 처음 진행하는 ‘행사’라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마주한 첫인상은 설렘과 두려움이 아니라면 거짓일 것이다.
KT&G 상상 Summit은 2018년에 이미 1회가 <혁.신.가> 라는 키워드로 진행되었고, 쟁쟁한 연사들로 구성되었기에 기획부터 고민이었다.
1.지금 사회혁신 생태계에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2.사회혁신이 단 한 명에게라도 친근하게 낮은 문턱으로 다가설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3.다른 창업 포럼, 세미나와 포지셔닝은 어떻게 다르게 가져가야 하는가
4.전년도 운영에서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내부 평가는 어떻게 극복해 볼 수 있는가
위 4개의 질문 이외에도 여러 질문들이 줄지어 빽빽이 채워졌다. 많은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며 3개월을 보내고, 전년 대비 20% 이상의 참가자들이 참여해주신 제2회 상상 Summit를 무사히 끝냈다. 행사가 끝난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무수히 많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행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몇 가지는 꼽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언더독스답게, 안지혜답게
1. 기획 - 언더독스답게 · 안지혜답게
‘불광’과 ‘성수’로 대표되는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언더독스는 조금 이상한 존재이다. ‘성수’ 느낌의 ‘불광’ 식구라고 해야 하나. 전통적인 주민운동이나 사회운동에서 시작된 회사가 아니기에 감히 ‘불광’ 태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불광’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
기획하는 안지혜 역시, 동아프리카 부룬디에 대한 관심으로 비영리 청년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다가 두 번의 소셜벤처 창업을 해서 주식회사의 ‘대표’로 불리다, 이제 갓 로동자(?)의 영역에 들어섰다. 시도하고 모험하지만 사회혁신 생태계를 떠나지 못하는 새내기 지박령 같은 존재.
앞서 언더독스가 이질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나 개인의 복잡다단함을 조금 가려보기 위한 장치일 뿐, 많은 것을 시도하고 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졌다. 그래서인지 다양성이 없으면 어디에도 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내 안에 있어 사회혁신 생태계 안의 다양성은 나에게 큰 화두였다.
기획은 기본적으로 목적이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렇기에 기획자가 그 목적인 메시지의 전달에 충분히 공감할 때에야 비로소 기획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대표가 아니어도 노동자의 자리에서 사회혁신을 계속 이야기하고 싶고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
사회혁신이나 혁신과 같은 키워드가 창업가나 대표성을 띤 개인들만 향유하는 단어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
결과가 성공이었던 실패였던, 비영리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했던 활동과 영어 교육 서비스나 옷을 팔아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창업이 모두 사회혁신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
우열이 없이 모두 중요한 가치임을 인정하는 마음
이 마음들이 전달되길 바라며, 언더독스다운 그리고 안지혜다운 주제로 <다채로운 혁신의 모양>이라는 기획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극히 사적인 마음의 발로에서 나만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했다. 반갑게도 많은 이들이 사회혁신의 다양성이라는 기획에 매력을 느껴 참가 신청을 했음을 사후 설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촌스러운 명제이지만, 기획에도 마음이 담겨야 한다는 명제가 이번에는 유효했다.
우리의 첫 번째 고객인 ‘연사’
2. 연사 - 우리의 기획을 설득할 우리의 첫 번째 고객
기획에 마음이 담기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결정되었다면, 그다음은 이 마음과 메시지에 공감할 혹은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시켜야 하는 우리의 첫 고객이 정해진다. 기획자는 메시지를 세팅할 수 있지만, 기획자가 연설자가 아닌 이상, 정한 메시지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매력적인 메시지 확산자 혹은 엠버서더를 필요로 하게 된다.
많은 경우 이 메시지의 확산자인 연사들이 매우 매우 매우 바쁘다. 기획안을 보내도 읽을 시간이 없다. 또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메시지 확산을 위해 초청하는 연사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메시지나 항상 전달하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콘텐츠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한 경우, 우리는 우리의 첫 고객인 연사들에게 기획 의도와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 그리고 섭외 이유를 꼼꼼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단선형으로 강의만 진행될 경우에도 위 작업은 매우 중요한데 KT&G 상상 Summit의 경우 여러 연사가 <다채로운 혁신의 모양> 이라는 대주제 하에서, 다시 4가지의 소주제로 나뉘어 각 분야의 세부 기획 내용대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 그리고 세부 기획 내에서도 다른 3-4명의 패널과 함께 각자 다른 강조점을 가지고 각 연사들이 꼭 해주어야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길 바랐던 의도가 있었기에 위 과정은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1) 섭외를 진행하며 전체 기획을 안내
2) 사전 미팅 전, 사전 미팅 자료에 세부 기획을 안내
3) 소주제별로 사전 미팅을 가져 연사가 본인 외 다른 연사들과 어떤 케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파악하고, 서로 어떤 사람인지를 익히게 함
4) 위 미팅을 바탕으로 전달해주었으면 하는 세부 메시지를 개별 요청
5) 미리 연사들의 발표 자료를 받아 같은 세션 연사들에게 사전 공유
물론 바쁜 연사분들과 더불어 기획 및 운영을 진행하는 이들에게도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 작업을 거쳐 행사가 진행되었기에 총 청중 중 50% 이상이 참여한 사후 설문에서 85%의 청중이 콘텐츠와 발표 내용에 만족 이상을 표해주었다. (49% 만족, 36% 매우 만족)
간단한 아르바이트에도 매장의 얼굴이나 이미지가 달린 일이라면, 많은 교육을 진행한다. 하물며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대신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 엠버서더인 연사들에게는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여 전달할 메시지를 설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작은 시도들
3. 운영 - 시도와 검증을 통한 성장의 과정
일을 하다 보면, 원래 하던 대로 하고 싶은 관성의 힘이 세진다. 연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품이 많이 드는데, 피곤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고민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서의 작은 시도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정말 별거 아니어서 ‘에게, 그게 뭐야;;;;’ 싶은 시도들.
우리는 이번에 이런 작은 시도를 했었다.
1) 케이터링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방할 방법으로 두 개의 차단봉 설치 (놀이기구 탈 때, 대기 줄 라인 잡아주는 그거!)
2) 청중의 참가신청 진입장벽이 높아질까봐 행사 당일 수기로 받아왔던 사진 촬영 동의서의 사전 신청서 내 삽입 및 동의 필수 사항 지정
3)떨리는 마음으로 시도해본 모바일 티켓 발송 및 바코드 인식 입장 시스템
4)완성도가 걱정되어 목공으로 해왔던 백 월(Back Wall)을 현수막으로 대체
5)합리적 가격의 유로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사용을 통한 이메일 다이렉트 마케팅
6)웹앱을 활용한 행사 폐회 전 참여 청중들의 소감과 느낌을 공유하는 세션 마련
7)사후 청중 만족도 조사 진행
위의 열거된 것 이외에도 작은 시도와 걱정에 대한 검증을 린(lean)하게 해보았다.
그 결과 케이터링은 질서 있게 운영되었고, 설문 참여자의 96%가 만족하는 등록 및 입장 운영, 백월 소재의 대체로 설치·철거 과정에서의 운영 효율 증대와 폐기물 감소 효과가 있었다. 이메일 DM 솔루션은 조직 내 다른 운영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다른 청중들이 소감과 느낌을 공유하는 소중한 장이 마련되었다는 정성적인 평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청중 만족도의 확인은 청중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진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행사라는 것이 ‘현타’의 순간들과 자주 조우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해진 D-day를 향해 좋든 싫든 나아가야만 하는 과정 속에서 해치워야 하기 때문에 해치우기보다는 가장 언더독스다운 방법으로, 사회혁신 컴퍼니빌더, 사회혁신 교육기업과 같은 방법으로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전에 제기된 불편함을 해소하는 시도와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 나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의 니즈와 연결하는 과정, 긴 창업의 여정에 비하면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도착점도 분명한 과정이지만, ‘행사’라는 작은 프로젝트 속에서 가장 사회혁신 창업과 같은 방법으로 이를 해내는 것이다. 바로 언더독스처럼
이 글이 누구를 위한 조언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언더독스 안에서의 첫 데뷔를 치른 지금의 내가, 몇 달 후 혹은 몇 년 후 다시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을 머지않은 미래라면 여전히 사회혁신 컴퍼니빌더 언더독스의 로동자일 안지혜에게 띄우는 서신이길 바란다.
전∙현직 창업가가 모여 설립한 국내 최초 사회혁신컴퍼니빌더로, 컴퍼니빌딩을 위한 자체 콘텐츠 및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혁신창업가를 육성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특히, 무료로 제공하는 사관학교 프로그램을 포함,
지자체∙기관∙기업과 연계하여 실제 창업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 및 코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관학교 졸업생 114명 / 기수별 평균 창업률 73% /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10팀 선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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