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KT&G 상스캠 알럼나이 근황 <2> 멘토리
[언더독스 알럼나이 스토리]
언더독스 프로그램 교육을 수료한 팀의 교육 이후, 창업 스토리를 전합니다. 언더독스는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예비) 초기 사회혁신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총 5,000여 명의 사회혁신창업가와 함께 했습니다.
KT&G 상상 스타트업 캠프 1기를 수료한 ‘멘토리(menTory)’의 권기효 대표를 만났습니다. 멘토리는 비영리로 분류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총 93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지역 청소년들이 미래를 위해 도시로 떠나야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고, 뭔가 해볼 수 있도록 돕는 일, 이를 통해 진정한 ‘지역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멘토리를 소개합니다.
Q. 멘토리는 어떤 곳인가요?
농산어촌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단기간에 목표를 두지 않고 청소년들이 지역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작당할 수 있도록 하는 판을 벌리고 있죠.
Q. 그럼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콘텐츠나 가이드를 주는 역할인가요?
그런 역할을 아직까진 하지 못했고요. “이제 막 지역 안에서 아이들과 새로운 걸 벌려볼까?” 하는 말 그대로 작당만 하는 단계인거죠. 그 친구들이 창업을 넘어서서 창직을 생각하는데, 자신들도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이 친구들이 ‘뭔가를 하고 싶다’라는 욕구를 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있어요. 스스로 그걸 끌어낼 수 있게끔,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 무엇이든 같이 해줄 수 있는 램프 역할을 하는 거죠.
저희는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은 크루, 시니어들은 서포터라고 하거든요? 업무적으로 저는 그 안에서 전후방 서포터 역할이에요. 아이들한테 가장 좋은 파트너들은 대학생 크루, 또래 언니 오빠들인데 그들도 어리기 때문에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 언니 오빠들과 아이들이 작당하다가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는 가장 편한 아저씨의 역할을 하고 있죠.
Q. 대학생과 시니어 모두 서포터 역할일텐데, 크루와 서포터라는 용어로 구분하는 이유가 뭔가요?
저희가 멘토링을 하면서도 멘토-멘티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건, 멘토라는 이름이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단기간으로는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프로젝트가 1년 기간이기도 하고요. 대학생도 이제 20, 21살인데 누군가에게 길을 제시하는게 어렵거든요. 대학생들도 잘 모르고 아이들도 잘 모르니까 한 팀, 그래서 팀 크루라고 해요.
사실 함께 고민할 때 그 고민의 정도가 어른들은 확실히 떨어져요. 왜냐하면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어른들은 그냥 빠지자, 대신 필요할 때 도와주는 역할만 하자. 그래서 팀 크루 주변에 에코 시스템처럼 우리 같은 서포터들이 활동하는 거죠.
Q. 총 93명의 조합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서포터는 디자이너, 기획자 등 자신의 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프로젝트 초기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게 소개를 시켜줘요. 그 이후 프로젝트 중간, 상‧하반기에 한 번씩 서포터와 크루들이 다 같이 모여서 지금 하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Q. 조합원 간 각자의 미션이 충돌할 때는 없나요?
우리의 공통 미션은 하나에요. 농산어촌 청소년들이 지역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고 뭔가 해보는 걸 도와주고 싶은 거죠. 물론 여기서 조금씩 달라요. 어떤 사람은 꼭 창업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좀 느슨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미션들은 다 다르지만 우리의 가장 베이스는 같죠.
Q. 같은 미션으로 모인 사람들, 멘토리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네요.
저희는 엄청 빡세요.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한 사람들이니까. 유연성은 있지만 느슨함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요.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할 때는 느슨하게 하지만, 우리까지 느슨해지면 너무 루즈해질 수 있어서요.
위아래는 없어요. 실명 이름을 쓰는데 “기효”까지 포함해서, 반말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외국 사람 부르듯이, 아이들이 어색하게 부르긴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점점 호칭을 안쓰게 되고...(웃음)
Q. 왜 ‘농산어촌’에 주목하셨나요?
보통 사람들은 농산어촌을 뭔가 낙후되고 부족한 곳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전 이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변방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중앙이 있으니까 변방이 생기는 거잖아요. 모든 기준이 중앙인거죠. 우리는 우리를 기본적으로 중앙이라고 두기 때문에 우리가 중앙이고 거기를 변방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도시보다 시골이 훨씬 더 넓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죠. 도시만이 사람사는 곳이고, 거기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된 거죠. 시골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여기도 재미있고 살기 좋은 곳인데 도시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들잖아요? 이런 시기가 적기라고 생각해요. 도시도 좋지만, 농산어촌도 살기 좋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요즘 핫한 키워드인 ‘도시‧지역 재생’과도 연관 있을 것 같아요.
네, 저희는 청소년 교육업으로 분류되긴 하는데, 실제 사업비 자금은 도시재생 파트에서 나와요. 지역의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잖아요. 청소년들이 지역에서는 복지 대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청소년 교육한다고 하면 예산을 따기 힘들어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가져가기 어렵고요.
또 지역 아이들을 대학을 잘 보내는 게 KPI 이기도 해서, 저희처럼 지역에 사람을 남기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지역재생이 딱인거죠.
Q. 프로젝트를 위한 지역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나름 체계적인 기준이 있어요. 예전에 NGO에서 일할 때 막막했던 순간이 특정 지역을 갔을 때 ‘여길 정말 살릴 수 있나?’ 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 같아서요. 저희처럼 작은 곳일수록 더 집중해서 가능성이 있는 지역 모델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은 첫째, 지자체가 어느 정도 예산이 있을 것. 농산물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관광자원이 더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관광자원이 있다는 건 외부 사람들의 유입도 있다는 거니까요. 둘째, 공기업이나 대기업 공장 등이 있을 것. 그럼 CSR 활동을 할테니까요. 셋째, 1시간 이내 거리에 배후도시가 있을 것. 그래서 이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를 채울 수 있게요. 예를 들면 보령, 강화, 태백 같은 곳들이 있어요. 보령은 시 도시고 관광자원이 많고, 세종과 대전까지 1시간 내 갈 수 있죠. 태백에는 강원랜드가 있고, 춘천도 가깝고요.
요즘은 저런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느낌 좋은 곳을 노리고 있기도 해요. 지역의 거점을 두고 있는 곳과 협력하기도 하고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건 돈도 돈인데, 농산어촌은 청소년 거점이 없어요. 수련관 같은 곳을 빌리면 좋겠지만, 아이디어는 일주일에 하루만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딱 어떤 순간에 ‘이거 좋다, 지금 모여봐’ 이렇게 바로 펼쳐놓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거든요.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주변에 있으면서, 예쁘고 멋있으면 더 좋고요.
하드웨어가 먼저냐, 소프트웨어가 먼저냐의 싸움이었는데, 원래 저희는 지역에 하드웨어가 많으니 소프트웨어가 먼저라고 생각하다가 지역에 하드웨어가 있어도 이용하기 힘들었어요. 결국엔 하드웨어도 같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하드웨어가 있는 팀들과도 함께 하려고 하고 있어요.
Q.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도시의 아이들보다 농산어촌의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생각해서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우리의 편견인 것 같아요! 농산어촌 학생들이 도시 아이들보다 더 빡세게 틀이 잡혀있어요. 중학교가면 이거 해야 되고 고등학교 가서는 뭘 해야 한다, 이게 다 있어요. 심지어 수도권의 대학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은 한정되어 있는데요. 모든 아이들한테 그 롤이 딱 잡혀 있어요. 그러니까 농산어촌 청소년이라고 느슨하게 살지 않아요. 똑같아요. 오히려 저는 그걸 보고 더 답답했어요. 농산어촌만의 무기를, 특성을 살린 게 아니라 도시의 특성을 따라하고 있으니…이 방식으로 가면 없어질 수밖에 없죠. 도시는 도시만의 인프라가 있으니 유리한데, 그걸 농산어촌에서도 하려고 하니까요.
저희가 아이들에게 뭔가를 안 시키는 이유가 뭐냐면 아이들은 뭘 하라고 하는데 익숙해져 있거든요? 이 친구들이 자기 주도적, 창의적 이런 말을 쓰기 이전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없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도시 아이들에 비해 더 창의적이라든가 농산어촌만의 특성이 있는 뭔가를 한 적은 없어요. 저희가 도시 아이들과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해봤을 때, 두 지역 아이들이 자질은 똑같아요, 그런데 역량은 달라요. 이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죠.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뭔가 시도해볼 수 있게 하는 건 어른들이 있어야 해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는 1차 대상은 성적 피라미드 안에서 중간에 있는 아이들이에요. 소위 보통이라고 말하는. 이 친구들이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는게 아니라 지역에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게 저희의 미션인데 만나기 쉽지 않아요. 농산어촌의 롤에 갇혀있지만 그 안에서 자기 마일스톤을 제대로 달성 못하는 아이들이 이 친구들이에요. 자기 할 거 하느라 바쁘지만, 여전히 못 따라가고, 당연하게 나는 못할거다 라는 생각을 가진 중간 아이들을 끄집어냈죠.
Q. 어떤 방식으로요?
보령에서 옷 프로젝트하는 아이를 한 명 만났어요. 그 아이를 붙잡고 저와 멘토들 총 19명이 달라붙어서 뭘 해보자 하고, 이 아이를 중심으로 보통의 아이들을 모았어요.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면서 섭외했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이 ‘내가 지금 여기 있어도 되나? 학원 갈 시간에...’ 학원 가서 공부를 안 하더라도 그 자체가 불안한 거죠.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도 그 불안감이 해소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찾아갔고 관계 맺는 데 3-4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언니오빠들과 있는 시간들이 좋으니까 자기 시간을 나눠 주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너 하고싶은 거 우리 같이 해보자” 하는데 하고 싶은 게 없대요. 그래서 아이들과 놀면서 아이들이 은연 중에 던지는 단어들을 항상 캐치해와서 “너 이거 한번 해보면 어떨까? 이런 것도 있어” 추천해주기도 하고요, 그 단어들을 바탕으로 찾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이런 거 한번 해볼까?” 하고 싶은 걸 던져요. 패션쇼 하겠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전∙현직 창업가가 모여 설립한 국내 최초 사회혁신컴퍼니빌더로 컴퍼니빌딩을 위한 자체 콘텐츠 및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약 5,700명의 사회혁신창업가를 육성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관학교, 언더우먼 등 자체 시그니처 프로그램과 더불어 지자체∙기관∙기업과 연계하여 실제 창업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 및 코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관학교 졸업생 114명 / 기수별 평균 창업률 73% /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10팀 선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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