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파도와 나의 발자국

흔적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모래 위에

남긴 발자국은


파도가 닿자마자

금세 지워져 간다.


남아 있던 흔적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때,


내가 걸어온 길마저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바다에 삼켜져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내가 걸어온 길이었다.


지워진 흔적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안에 더 깊게

남아 있는 것이다.


요즘

젠지 세대가 보여주는

무표정의 응시,


이른바

젠지 스테어(GenZ stare)도

떠올랐다.


질문을 던져도

대답하지 않고,


억지 미소 대신

무표정을 택하는 모습.


우리는 쉽게 그것을

무례함으로 여기지만,


그 무표정 속에는

진실과 지침,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지 않으려는

자기 보호,


꾸며낸 표정을

짓고 싶지 않은 진정성.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그들의

마음의 결이 드러난다.


말하지 않아도,

웃지 않아도,

감정은 여전히 흐른다.


마치 소리 없는 파도가

발자국을 지워내면서도

바다의 숨결을 전하듯이.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 안의 파도’와

마주한 적이 있는가?




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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