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한 켠의 검은 우산
학교 복도 구석에는
늘 여러 개의 검은 우산이
준비되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내가 쓰기 위해 두었던
우산 중 하나가
학생 손에
들려 나가곤 했다.
물론,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이
가져가면서 건네는
짧은 말 한마디,
“정말 잘 쓰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매번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오늘도 한 학생이
우산을 집어 들고
교문을 나섰다.
나는 구석에서
살짝 미소 지었다.
우산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스쳐간 사람들의
하루와 마음을 이어주는
작은 흔적이었다.
며칠 뒤,
우산 중 하나가
다시 복도 구석에
놓여 있었다.
손잡이에는
작은 낙서가
적혀 있었다.
“급하게 필요했는데,
잘 쓰고 가져다놨습니다.”
나는 우산을
조심스레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마음 한켠은
따뜻했다.
스쳐간 사람은
그 학생이었지만,
그 짧은
흔적과 마음은
오랫동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