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생명의 저녁

천천히 자라나는 결심

조용한

저녁이었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창밖의 공기는

조금씩 식어갔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오늘의 끝을

정리하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그때

시선이 머문 곳,


창가의

작은 화분.


물방울이

잎사귀 끝에

매달려 있었다.


금세 떨어질 듯

흔들리면서도,


끝내 버티는

그 작은 생명력.


하나의 줄기에서

또 다른 줄기가 나고,


그 끝에서

조그만 새싹이

얼굴을 내민다.


그 연약한 초록은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하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루의 마지막은

늘 마음속에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문득 스쳐 간

표정 하나,


그 작은 것들이

마음의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삶도,

마음도


어쩌면 식물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햇살과

바람을 따라


천천히

자라나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조용히 결심했다.


누구에게

보이려는 결심이 아니라,


흩어졌던 내 마음을

다시 모으기 위한

결심이었다.


새싹을

바라보며,


내 안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가

움트는 걸 느낀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 모금에

숨을 고른다.


저녁빛이

잔잔히 스며들며

마음을 덮는다.


오늘도

내 안의 장면 하나가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


조용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다’는 감각으로.


천천히 자라나는 결심



월, 목, 토 연재
이전 20화우리가 다시 웃은 저녁